신화의 나라 그리스에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졌다. 지난 25일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 중도우파 그리스독립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선언했다. 시리자는 19개 유로존 국가 중에서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첫 번째 정당이 됐다. 이로써 그리스는 물론 유럽의 기존 질서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2009년 국가재정 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여러 긴축재정 정책을 폈지만, 경제 생산은 25% 줄었고 실업률은 26%에 이르는 등 국민경제는 극도로 피폐해졌으며 국민적 불만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 유로(약 29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오는 2월 말이 기한이어서 연장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규 금융지원이 중단된다. 그 경우 국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시리자 당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그리스의 부패한 정치 체제 척결, 행정 체제의 혁신, 중산층 감세와 과두 기업 계층의 탈세 엄중 단속, 빈곤층 전력 무상 공급, 최저임금 인상, 대량 해고 방지 및 30만 일자리 창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그리스에 대한 채권자들 즉 트로이카와 구제금융의 조건들을 재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치프라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채무액의 반을 탕감해주길 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를 유럽 지도자들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와 국가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로존 자체의 금융 불안정과 통합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극단적인 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치프라스는 강경한 재협상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렉시트(Grexit : Greece + exit)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어쨌든 그리스 급진좌파의 집권은 EU 내에 급진좌파 세력의 확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쇠퇴의 한 전조라고도 볼 수 있다. 급진좌파의 대중영합주의적 정치 반격이 그리스와 유사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확산될 조짐이다.
그리스 급진좌파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나 그 함의는 자못 크다. 한국의 그리스 수출액 중 80%가 선박인데, 대다수 그리스 선사들이 파나마 등 해외에 편의치적(便宜置籍)하고 있어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전자제품 등 일부 소비재는 그리스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일시적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유로화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화의 약세가 한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의미가 있다.
첫째, 그리스 좌파의 등장은 과잉 복지정책으로 인한 국가재정 위기가 그 배경이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 재정을 시행함에 따라 복지 혜택이 턱없이 줄어들자 그리스 국민은 대중영합적 좌파정책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복지정책도 국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긴축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주로 정부의 무능력과 사회의 부정부패와 부조리 때문이다. 부패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주범이다. 그리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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