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의문의 독살 당해… 유가족측 변호사 주장 지난 2006년 영국에서 의문의 독살을 당했던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26일부터 9주간의 활동을 시작했다.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영화 같은 스파이 암살사건의 전모가 이번에는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에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고 BBC, 가디언 등이 전했다.

리트비넨코 유가족 측 변호사인 벤 에머슨은 27일 런던에서 열린 첫 청문회에 출석해 “리트비넨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최측근의 부패 비리를 폭로하려다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를 ‘마피아(와 같은 범죄)국가’로 표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옷을 입은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사위원회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암살을 직접 명령했다고 주장하면서,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대도시의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핵테러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넨코는 푸틴 비평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2006년 11월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런던의 한 호텔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 재직시절 동료였던 2명을 만나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진 지 3주 만에 사망한 것. 리트비넨코의 시신에서 폴로니엄-210이란 방사성 독극물이 다량 발견됐을 뿐 정확한 사인과 범인은 사후 8년이 넘은 현재까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검찰은 리트비넨코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2명의 신병인도를 러시아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영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전히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리트비넨코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2차례의 살해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조사위원회가 다룰 증거의 일부는 비공개리에 검토될 예정이다. 로버트 오언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최종보고서가 마련되더라도 일부 내용은 안보상의 이유로 비밀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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