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믿고 대화도 안했지만 갈등해결 거부하는것 아니다”지난해 12월 17일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피델 카스트로(88·사진)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실상 지지’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27일 AFP통신은 “피델 전 의장은 그의 ‘오래된 적’에 대해 지속적인 불신을 나타냈지만, 암암리에 국교정상화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도 피델 전 의장의 성명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AFP에 따르면 26일 피델 전 의장은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무력을 시사하지 않는 미국과 남미 사이의 모든 평화적인 해결책과 협상안은 국제 규범과 원칙에 부합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을 믿지 않으며 미국과 대화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적 적대세력을 포함한 전 세계 국민과 항상 협력하고 우정을 나눠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쿠바는 지난해 12월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뒤 이달 21일부터 본격적인 실무 협상에 돌입했지만, ‘쿠바의 살아있는 상징’인 피델 전 의장이 침묵을 지켜 이목이 쏠렸던 바 있다.

AFP는 “그의 침묵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그가 관계 정상화를 지지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었다”며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런 뜬소문은 잠잠해졌으며, 쿠바 정치 사회 내에서 여전히 그의 존재감이 묵직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두아니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는 “피델 전 의장의 메시지에는 두 개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하나는 관계 정상화에 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한 지지 의사 표명이며, 다른 하나는 북쪽의 강한 이웃(미국)이 가진 의도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델 전 의장의 이와 같은 성명 발표 후 미국 측은 ‘환영할 일’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7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피델 전 의장이 ‘국제 규범과 원칙’을 언급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한다”며 “우리는 쿠바가 자국의 민주주의와 번영,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제적 표준을 채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9년 공산 정부를 수립하고 2년 만인 1961년 미국과의 국교를 단절한 주역인 피델 전 의장은 1992년부터 미국의 금수 조치에 맞서 왔으며, 2008년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겼다. 지난해 1월 아바나의 미술관 개관 행사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피델 전 의장은 꾸준히 써 오던 쿠바 국영 신문의 칼럼도 지난 8월 중순 중단해 건강 악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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