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입구의 내부가 다 보이는 유리창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대장간으로는 제법 큰 규모인 약 100㎡의 공간에 대장장이 기구와 제작품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곳에는 반세기에 이르는 최 씨의 흔적과 손때가 묻은 화덕을 비롯해 모루, 송풍기, 망치 등 작업 도구가 수북했다. 또 그가 만든 칼과 호미, 낫 등이 상자 속에 담겨 있고 괭이, 쇠스랑 등 농기구와 엿장수 가위, 손도끼 등 50여 종 1만 점 가까이 되는 제작품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켜켜이 쌓여 있었다.
최 씨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TV 드라마와 영화 소품인 칠지도(七支刀·칼몸에서 돌출한 여섯 개의 곁가지 칼날)와 포졸들이 쓰던 삼지창(三枝槍), 철퇴, 망나니 칼 등도 화덕 옆 한쪽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최 씨는 “대장간에 있는 모든 제작품은 나의 혼이 깃든 자식과 같은 존재”라며 “연장과 제작품이 이렇게 많고,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대장간은 이곳 외에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1974년 증평시장 안에 대장간을 차린 후 41년 동안 젊었을 때는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나이가 들어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망치를 두들겼다”며 “처음에는 입에 풀칠하기 위해 대장장이가 됐지만 이제는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자부심으로 대장간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장간은 이에 머물지 않고 손님과 친구들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 군에서 가장 중심지역인 전통시장 안에 위치해 찾아오기 쉬운 데다 항상 열려 있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대장간에서 일은 혼자 하지만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아 심심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 역할도 한다”며 즐거워했다.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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