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亞스포츠강국 자처하지만 선수단 건강 관리는 최하위권”

박원하 대한스포츠의학회장
인천亞게임 선수단 827명… 대한민국 팀 주치의 3명뿐
美 학생팀에도 팀 주치의… 엄격한 체력 · 도핑 관리


박원하(57·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사진)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은 박태환(26·인천시청·위 사진)의 금지약물 양성반응과 관련,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도핑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라 하더라도 (선수를 치료하면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의 금지약물 리스트만 검색했다면 양성판정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박 회장은 “박태환 선수는 금지약물 투여를 몰랐다고 얘기하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사가 치료를 목적으로 금지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할 때에만, 그것도 금지약물을 대체할 만한 의약품이 없을 때만 치료면책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경우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정상은 참작되겠지만, 징계를 피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국내 스포츠의학·도핑의 권위자다. 대한체육회 의무위원장을 역임했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 스포츠의 도핑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교육받은 검증된 스포츠의학 전문의사는 600명에 이른다”며 “부상의 예방 및 적절한 치료, 그리고 도핑 관리 등을 스포츠의학 전문의사에게 맡긴다면 이번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계의 현실은 정반대다. 박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827명의 팀 주치의는 3명뿐이었다. 중국은 73명, 일본은 17명, 북한은 9명이었으며 스포츠 약소국으로 분류되는 네팔도 우리보다 1명 많은 4명이었다. 박 회장은 “팀 주치의는 선수단의 건강유지와 부상치료는 물론 도핑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한다”며 “한국 스포츠는 아시아 강국을 자처하지만, 선수단 안전관리는 하위권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중·고등부 등 학생팀에도 팀 주치의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이고 엄격한 체력·도핑 관리를 받는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 아마·프로, 개인·단체 팀을 등록할 때 팀 주치의 등록도 함께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체육계의 호응은 미지근하다”며 “비용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로 팀 주치의를 맡겠다는 스포츠의학 전문의사가 많이 있는데도 스포츠현장에선 이를 마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일시적으로 외부 병원을 이용하는 걸 막을 순 없겠지만, 팀 주치의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도핑 적발로 선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며 “체육 단체, 코칭스태프 등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관련기사

이준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