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은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내가 A 씨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가지고 있는 계좌를 조회하면 금세 비밀자금이 노출될 수도 있으나 A 씨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적금에 대해 해당 은행에 ‘보안계좌 서비스’를 신청, 인터넷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 놨기 때문이다.
A 씨처럼 배우자 몰래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며느리 등 자식들도 알 수 없도록 노후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비밀계좌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보통 비밀계좌 서비스는 고객이 은행을 직접 방문했을 때에만 입출금 거래가 가능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으로는 계좌 존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거의 모든 시중은행이 비밀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별로 비밀계좌 역할을 하는 상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입출식, 정기예금, 적금, 신탁, 수익증권 등의 상품에 대해 비밀계좌 서비스를 신청하면 인터넷 등 비대면 거래 및 조회가 금지된다.
은행 별로 약 1만∼2만 명 가량의 고객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서비스 신청 고객도 늘고 있는데 신한·국민·우리 3개 은행에서 비밀계좌 서비스 신청 계좌 수는 지난 2012년 말 7만1313개에서 2014년 말 11만5531개로 늘었다.
이 같은 비밀계좌에도 ‘급’이 있다. 숨겨지는 정보의 범위와 강도에 따라 ‘인터넷계좌 숨기기’ ‘보안계좌’ ‘시크릿 뱅킹’으로 구분된다. 인터넷계좌 숨기기는 인터넷뱅킹을 할 때 ‘숨김기능’을 설정해 두면 계좌가 나타나지 않지만, 인터넷뱅킹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이 숨김계좌 메뉴를 누르면 계좌가 발각되는 것이 단점이다.
이보다 수준이 높은 게 ‘보안계좌’ 서비스다. 은행별로는 이 서비스를 ‘전자 금융거래 제한 계좌’(국민), ‘계좌 안심 서비스’(기업), ‘세이프 어카운트’(하나), ‘보안 계좌’(농협·우리·신한) 등으로 부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하나은행 등의 시크릿계좌 서비스는 예금조회와 인출, 해지 모두 통장을 가입한 특정 영업점에서만 할 수 있어 보안 수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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