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난 딸아이의 옆얼굴에 나타난 동전 크기의 하얀 반점 때문에 피부과를 찾은 주부 김 씨. 이마와 미간 사이에 하얗게 피어오른 반점으로 학교에서 외계인 취급을 당하며 우울증세까지 겪고 있는 강모(16) 양. 얼굴을 뒤덮은 흰 반점 때문에 취업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남성. 이들이 한결같이 고통을 받은 피부질환이 바로 ‘백반증’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으나 사실 백반증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백반증 환자였다. 흑인이었던 그의 온몸에 백반증이 나타나자 차라리 피부를 희게 탈색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백납’이라고도 하는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소실되면서 피부에 흰 반점이 생기는 병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의 약 1%에서 발병한다.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면역체계 이상으로 멜라닌 세포가 파괴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백반증은 유전의 영향이 있다고 보이나, 성인기에 나타나는 백반증에는 다양한 유발 요인이 작용한다. 물리적 손상, 자외선에 의한 일광 화상, 임신과 출산, 기타 질병 외 정신적 스트레스도 백반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백반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고 계속 번지게 돼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가 요즘 같은 한겨울을 백반증 치료 적기로 꼽는다. 햇빛이 강하지 않은 계절이어서 외출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될 위험성이 적고 옷으로 몸을 가릴 수 있어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백반증은 신체 일부 부분에 나타나는 국소형, 동일한 종류의 신경 분포 방향을 따라 생기는 분절형, 주로 손발이나 귀 끝 같은 인체의 말단부에 나타나는 사지말단형, 몸 전체에 분포되는 전신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두 가지 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백반증은 간혹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 당뇨병, 악성 빈혈, 애디슨병, 원형 탈모증, 홍반성 낭창과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동반되는 수도 있다.

백반증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계절과 관계없이 백반증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이 부위에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없기 때문에 햇볕 화상을 입기 쉽기 때문이다. 또 햇볕 화상을 입으면 백반증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자외선을 ‘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백반증 치료에도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요법’이 사용된다. 일광 자외선 그대로가 아닌 인공적으로 UVB의 특별한 파장대만 사용하는 광화학 치료법이다. 햇빛의 자외선을 그냥 쬐면 증상이 악화되지만 자외선 중 불필요한 파장대를 제거하고 필요한 파장대만 쐬게 해주면 증세가 호전된다. 광선요법이라 하며 백반증이 온몸에 광범위하게 생겼을 때 이용된다.

이마, 손, 발 등 특정 부위에만 작게 백반증이 있으면 엑시머레이저 치료가 사용된다. 엑시머레이저 치료법은 백반증 부위에만 자외선 파장을 조사해 피부 조직 내에 있는 멜라닌 세포를 자극, 색소를 형성시키는 방법이다. 광선요법보다 2∼3배가량 치료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효과는 3∼4배 높다. 단 범위가 넓은 곳은 힘들고 부분적이며 병변 범위가 적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한 부위별로 보험 적용이 다르다.

얼굴 백반증일 경우,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자외선 치료와 병행해 표피 이식수술을 할 수도 있다. 팔 안쪽이나 다리 쪽의 정상 피부에 3∼4시간에 걸쳐 표피 박리 음압술을 통해 물집을 만들어 낸 다음 이 물집의 윗부분 즉, 표피만을 박리해 백반증 부위에 이식해 주는 방법이다. 비교적 증상 범위가 작을 때 쓰이는 치료법이다.

백반증은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백반증은 초기 6개월 내 치료하면 치료 효과가 매우 좋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피부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는 환부에 멜라닌 소체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모낭 주위 색소 재생으로 치료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백반증이 오래된 경우는 이러한 모낭의 색소마저 다 없어져 버리게 되므로 치료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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