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들이 올해 경영계획을 확정하면서 신규 채용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예상대로 ‘고용절벽’이라고 할 정도의 위축이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500대 기업 조사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180개 기업이 뽑을 인원은 지난해보다 2.3% 줄었다.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29곳이고,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는 곳도 응답 기업의 40%가 넘었다. 채용감소율은 100대 기업에선 3.1%, 30대 기업은 5.5%로 대기업에서 두드러졌다. 정부의 독려에 눈치를 봐왔던 기업들마저 이제 그럴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이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지면서 중소기업 구인난이란 말도 쑥 들어갔다. 기업 크기를 가리지 않는 몸 사리기는 일단 최근의 제조업 침체 등 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고용 한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고용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 이미 중첩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부터 300명 이상 기업에서 정년 60세를 의무화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 시행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법에 따라 현재 평균 53세인 대기업·금융권 직원의 은퇴 시기가 6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자체로 매년 인건비 부담이 6%정도 늘고, 정년이 늦춰지는 1명당 신입사원 3명 분의 일자리 여력이 줄어든다. 이밖에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를 가중시키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근무 연한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신 임금피크제, 나아가 연공급(年功給)을 직무·성과급으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충격을 줄이는 것이 병행돼야 신·구 세대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2013년 임금피크제를 뺀 정년연장법을 덜컥 통과시키면서 고용절벽을 자초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지출을 늘리는 현안들이 쏟아지면 경쟁력에 사활이 걸린 기업으로선 채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팔을 비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 확대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일자리를 내치는 이율배반을 거듭해왔다. 기존 정규직을 챙기느라 젊은이의 희망을 꺾는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동개혁이 화급(火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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