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 /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였던 제임스 레스턴은 “정치에도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기와 운이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닌다”고 했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놀라운 정치력으로 위기에 처해 있던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개혁한 후 2012년 대선에서 많은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 후진적인 정치 게임인 댓글 사건과 뒤이어 터진 세월호 참사는 물론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선거가 없는 올 한 해를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를 비롯한 3대 국정과제를 성사시키기 위한 중요한 시기로 보고 이에 전력투구할 결심을 해 왔다. 그러나 중대한 이 시점에 또다시 설상가상으로 연말 정산 파동이 일어나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떨어져 그의 지지자는 물론 국민도 놀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 급락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집권 2년 차에 누적된 인사 실패와 최측근들의 권력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보여준 조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흡했던 점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사 문제를 두고 언론이 2개월 넘도록 집요하게 문제 제기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4의 정부’인 언론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갈등은 소통 부재의 문제로 귀착돼 작금의 최대 정치적 화두가 돼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에 그가 가졌던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투철한 국가관, 절제된 언어, 그리고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자세로 정치인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전과 다름없는 정치적 자세를 지켜왔다. 그것이 끝내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불통 리더십’을 보이는 결과를 초래해 ‘폐쇄적인 인사 문제’와 이어져 오늘의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은 티타임, 수첩인사 탈피, 비서동 회의, 회의 내용 공개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그나마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직 외형에 그친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 소통이다. 나아가 국정 에너지로 연결하는 일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가기보다는 공개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계파와 진영을 초월한 인재 등용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을 통한 에너지 결집으로 국가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국민과 언론과 야당은 대통령이 리더십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와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도 나와 있듯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가의 지위는 항상 위험하다. 백성의 뜻만 추종하려고 하면 그들과 함께 망하게 되고, 백성의 뜻을 거스르면 그들의 손에 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헨리 3세’에서 “정치와 통치는 타협의 기술이요, 한 가지 관심사를 다른 관심사와 저울질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타협의 기술’이란 소통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소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무섭게 발전한 과학의 힘으로 ‘기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제2의 신’이 된 시대인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 문제 해결이 더욱더 절실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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