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금 달라하면 “소송해라” 배짱느닷없이 약관 이관 통보… 회원 누락,한푼도 못 받아
막무가내 납부금 지급 거부… 금액 절반만 돌려받아 손해
상조 10개社 중 7개社이상 소비자분쟁조정 안받아들여


직장인 김철호(41) 씨는 지난해 말, 가입했던 상조회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노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를 대비해 M상조회사에 가입하고 87회까지 회비를 납부했는데, 느닷없이 M상조의 약관이 또 다른 M상조로 이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M상조가 폐업을 했고, M상조의 가입 회원 명부를 또 다른 M상조회사가 사들여 채권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M상조 가입 당시 우리은행에 사전 예치금이 충분히 납부돼 있어 안전하다는 말을 떠올리고 우리은행에 문의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김 씨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납입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씨는 “은행에서는 ‘상조회사가 가입 회원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사례인 것 같다.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자 M상조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댓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M상조의 회원 명부를 사들인 또 다른 M상조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돈을 계속 내면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환급은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환급받으려면 소송을 걸라며 막무가내”라고 하소연했다.

상조회사들의 횡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담 부서까지 만들며 감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9일 공정거래위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상조회사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급증세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특수거래와 관련한 935건의 소비자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와 업체 간 조정이 진행된 236건 중 172건(75.4%)은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3.2%인 126건은 상조회사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10개 상조회사 중 7개사 이상이 소비자 분쟁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회가 양 당사자의 주장과 관련 법률에 근거해 조정안을 권고하고 있지만, 경영난을 겪는 상조업체들이 조정을 수락하지 않고 있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가 가입한 상조회사가 제3의 상조회사와 이른바 ‘회원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다. 김 씨처럼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려고 할 때 환급금 지급 의무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분쟁위는 “회원 명부를 판 상조회사는 회원 이관 인수계약을 조율하는 동안 고의로 계약 해지에 대한 환급금 지급을 지체하다가 폐업을 하고, 반면 인수업체는 이관받은 회원에 대한 환급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배짱을 부리면서 상조계약을 유지하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는 소비자 피해보상금으로 예치된 일부 금액(납부 금액의 50% 이내)을 돌려받거나 개별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김 씨처럼 피해보상금이 예치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해 그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A상조회사에 가입하고 매월 2만5000원씩 300만 원을 내기로 한 양모 씨도 이런 손해를 입은 사례다. 2011년까지 모두 47회의 회비(117만5000원)를 낸 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납부금을 미납하다가 지난해 2월 B상조회사로부터 회원증서를 받았다. 양 씨는 자신도 모르는 다른 상조회사로 양도됐다는 점에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지만 B상조는 정상적으로 회원 양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환급금을 줄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분쟁위는 B상조가 양 씨에게 85만5000원을 되돌려 줘야 한다고 조정했지만, B상조는 막무가내로 지급을 거부하다가 결국 59만 원만 되돌려 주는 것으로 양 씨와 합의했다. 납부금을 되돌려 받기는 했지만 양 씨는 납부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하고 60여만 원을 손해 볼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잦은 폐업 등으로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2년 307개에 달했던 상조업체는 지난해 9월에는 253개로 줄어든 상태다.

2010년 선불식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법정 선수금을 은행에 예치하지 못해 문을 닫는 회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상조업체가 감소하고 있지만,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조업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 상조업체 가입자는 모두 389만 명으로 상반기보다 11만 명이 늘었다. 253개 상조업체가 받은 선수금은 모두 3조3600억 원으로, 이 중 50.2%인 1조6870억 원이 은행이나 공제조합 가입, 은행 지급보증 등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법정 보전 비율 50%를 준수하고 있지 않은 상조업체는 모두 24개사에 달했고, 특히 공정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업체도 11개사나 됐다.

문제는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상조공제조합조차 담보금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이 상조회사들로부터 받은 담보금은 각각 고객 납부금의 9.3%와 17.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두 공제조합에 공정위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면서 공정위가 이들 공제조합을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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