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에 진행될 아들 병역면제와 관련한 공개 검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에 진행될 아들 병역면제와 관련한 공개 검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 있다.
“몸관리 잘못해 군대 못가… 국민께 죄송한 생각 들어”"아직 장가도 안 간 자식 신체노출 마음이 아프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에 병역면제 의혹을 받고 있는 차남의 공개 신체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다. 평소 기자들 앞에서 자료를 들고 자신감 넘치게 모든 의혹에 대해 설명하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 이 후보자는 다소 떨리고 낮은 어조로 공개 검증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공직자 검증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미혼의 아들이 ‘나 온전치 못합니다’는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비정함도 작용한 듯하다.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자는 “오늘은 둘째 자식 공개 검증하는 날”이라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신체검사 후 언론 인터뷰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되자 “차남이 공개적으로 신체검사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부모로서 몹쓸 짓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 앞날이 창창한 아들을 팔아야 하나라는 괴로움에 ‘꼭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친분이 있는 한 야당 의원마저 “형님 꼭 그래야만 합니까”라며 공개 검증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큰아들은 군대를 다녀왔고 둘째는 몸이 좋지 않아 가지 못해서 오늘 공개 검증을 하는 것 같다”며 “몸 관리를 잘못해서 군대에 못 간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못 간 사유를 오늘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서 얼굴을 노출하고 촬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국민께 죄송한 생각이 든다”며 “둘 다 보내야 하는데 하나는 보내고 하나는 못 보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미국 유학 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군 면제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직 장가도 안 간 자식의 신체 부위를 공개하면서까지 내가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 같은 이야기를 하며 굵은 눈물을 울컥 쏟아냈다.

하지만 공개 신체검사로 이 후보자의 차남 병역면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첫 신검인 2000년에는 3급, 2004년과 2005년 2차례의 신체검사에선 4급 판정을 받아 현역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해야 했으나 2006년 4차 신체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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