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애호가 울리는 사기범죄 잇따라“잘 키워주겠다고 해서 철석같이 믿고 물품까지 새로 장만해 보냈는데….”

2014년 12월 수십 마리의 햄스터를 키우고 있던 최모(여·38) 씨는 사정상 애완동물을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자 인터넷 애완동물 애호가 카페에 무료로 햄스터를 분양해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며칠 뒤 자신을 학생이라고 소개한 엄모(15) 양으로부터 햄스터를 모두 분양받아 친구들과 나눠 키우겠다는 연락이 왔다. 최 씨는 엄 양에게 40만 원 상당의 애완용품을 모두 새로 구입해 함께 보냈다.

그러나 햄스터를 보낸 후 엄 양은 최 씨의 연락을 계속 피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최 씨가 엄 양의 집을 찾아갔을 때 햄스터는 온데간데없었다. 엄 양은 햄스터를 받자마자 이를 모두 버리고 애완용품을 인터넷을 통해 팔아버렸다. 최 씨는 “어떻게 살아있는 생명을 빌미로 사기를 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9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고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 애호가들의 ‘착한 마음’을 악용한 사기 범죄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또 다른 인터넷 애완동물 애호가 카페에는 ‘치료비가 급하니 도움을 달라’는 다급한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최근 유기견 한 마리를 구조했는데 당장 수술을 해야 하니 조금씩 도와달라”며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어 놓았다. 그는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의 유기견 사진을 함께 올렸고 카페 회원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지만 결국 그 글은 돈을 노린 사기 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동물 애호가들의 ‘동물 사랑’을 이용한 사기 행각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사기에 대한 수사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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