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이고운 기자 leeg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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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사 한계와 제도적 허점외장형 하드·PDA·스마트폰 활용
적발때 파기만 하면 증거도 못찾아

가전기술 中유출 용의자 집 덮치니
16층 창문 밖으로 노트북 던지기도

수법 지능화·첨단화로 추적 어려워
실제 범죄 건수는 추정조차 불가능

해외서버 둔 이메일 압수수색 안돼
제도적 허점 노린 범죄 갈수록 늘어


‘이동식저장장치(USB) 하나만 파기해도 완전범죄가 이뤄진다.’

첨단 산업기술 유출을 노리는 스파이 세계의 얘기다. 범죄의 증거를 완전하게 인멸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유출 적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보·안보당국도 이를 알고 있다. 뛰는 수사기관 위로 산업기술 스파이들은 날아다니고 있다. 쫓고 쫓는 추격전 이면에는 최첨단 기술 유출만큼이나 최첨단의 지능적인 범죄와 최첨단의 수사기법 간 대결이 치열하다. 특히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발생 후 증거를 수집하는 데는 제약사항이 많다. 기술 발달로 USB뿐만 아니라 초소형 저장 매체만 있으면 범죄가 가능하다. 이메일, 웹하드, 스마트폰, 개인용휴대단말기(PDA), 이동식 하드디스크, USB 등은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을 경우에 파기도 쉽다. 심지어 목으로 삼키는 경우도 가능하다. 첨단 기술이 해외로 나가기 전에 적발하지 못하면 사실상 수사는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당국은 기술 유출범 등의 수법을 고려해 압수수색 기법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산업 스파이들의 기술 유출 시도를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사기법은 물론이고 관련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연평균 50조 원의 피해를 입히는 산업기술 유출 시도를 1년간 평균 40여 건 적발하지만 수법의 지능화·첨단화로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이란 게 관계 당국의 추산이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국내의 첨단 기술을 빼내 해외로 반출시키는 현장을 적발하는 경우에도 증거인멸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2011년 생활가전업계 국내 대기업 A사에서는 중국인 연구원이 자국 회사로 이직하면서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해당 연구원은 주요 문서를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이를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해 이직하려는 회사로 넘기려 했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연구원을 급히 출국 금지하고,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을 덮쳤다. 검찰 수사관들이 현장에 들이닥치자 외국 연구원은 자신의 노트북을 16층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눈앞에서 증거를 놓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노트북이 고장 나지 않아 증거를 확보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만약 노트북이 망가졌다면 수사가 더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2년엔 국내 대기업 직원 2명이 에어컨 관련 핵심 기술을 각각 노트북과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통해 외국으로 유출하려다 검찰에 포착됐다. 다행히 기술 유출 직전 단계에서 적발했지만,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명의 자택을 모두 압수수색했지만, 이 가운데 1명의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찾지 못한 것이다. 당시 외장형 하드디스크는 신발장 안에 있는 부츠에 숨겨져 있었다. 검찰은 집요한 추궁 끝에 결국 진술을 확보해 겨우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공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수사당국은 토로한다. 수많은 산업기술 유출 범죄가 시도 단계에서 포착도 어렵고, 현장을 덮쳐도 증거를 못 찾아 확실한 심증에도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손가락 하나 크기도 안 되는 USB에 모든 정보를 담아 유출할 수 있는데, 걸리면 그것만 파기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범죄의 무대가 해외로 확대되면 수사는 난항 그 자체다. 해외 소재 컴퓨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수사당국이 산업기술 유출범의 해외 근거지 등을 확인하더라도 감청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

2012년 차량용 내비게이션 회로도 유출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해외에 서버를 둔 G메일을 사용하면 걸리지 않으니 G메일로 보내라”고 버젓이 얘기하고 그대로 실행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이메일은 서버가 국외에 있어 대한민국의 사법권이 미치기 어려워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범인의 컴퓨터에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그동안의 축적된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인력을 압수수색 현장에 배치하고, 압수수색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한 수사에서는 PC와 이메일, 노트북, 스마트폰뿐 아니라 웹하드, PDA, USB, 외장형 하드디스크 등이 기본적인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됐다. 압수수색이나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디지털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최근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전문검사를 지정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다른 국가와의 협의를 통해 해외에 서버가 있는 업체라도 국내 회선과 연결돼 있으면 압수수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기술 유출범에 대해서는 감청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제도 개선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1년 넘게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병채·박준희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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