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몇 시인지 물으면 친구는 시계를 보고 이를테면 오후 1시 17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후 1시 17분이라는 것은 대체 뭘까? 그렇게 정확하게 측정된 분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간에 본래 이런 성질이 내재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정해진 것도, 신이 정해준 것도 아니다. 14세기에야 기계로 작동하는 시계가 등장했다. 1000년 전 암흑시대의 중세 유럽이나 중국 송나라, 페르시아 제국에 살던 농부들에게 오후 1시 17분이 존재하기나 했을까?”
미국 물리· 천문학자 애덤 프랭크는 시간에 대한 고정 관념에 미묘한 파문을 던지며 책을 연다. 인류 진화의 긴 여정을 돌아보면 시간에 대한 경험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롭고, 급진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시계로 측정되는 시간’이라는 현대적 통념을 흔든 뒤 태초의 우주, 6만 년 전 빙하기로 거슬러 올라가 방대하고 치밀한 시간의 연대기를 써내려간다. 거칠게 말하면 저자는 시간을 우주와 인간 역사·문화(기술문명)가 결합해 만든 유동적 개념으로 본다.
여기에 작동하는 흥미로운 힘이 ‘물질의 개입’이다. 인간의 기술로 만든 물질이 개입함으로써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을 함께 변화시켜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성 이론의 핵심인 ‘기준틀의 상대성’의 경우 갈릴레오 시대부터 과학자들이 다뤄온 주제였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은 19세기 말에야 등장해,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에 의해 완성된다. 그 이유는 뭘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 아니다. 철도와 전기 때문이다.
철도가 없던 시대, 사람들은 시속 2~3㎞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상대성 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철도가 놓이면서 2, 3일 걸리던 거리를 2, 3시간 만에 가게 되고, 전신주가 놓이면서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상대성 이론의 핵심인 ‘동시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신화, 달력, 시계탑, 증기엔진, 전기조명, 철도와 전신, 세탁기와 라디오, 인공위성, 원자폭탄, 이메일이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 이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어떻게 엮어내고 변화시켜왔는지를 풀어낸다.
‘태고의 신화’를 만들어냈고 여전히 신비로운 시간과 우주, 이들의 연대기를 풀어내는 데 능수능란하게 사용되는 물리학, 천문학, 철학적 사색과 폭넓은 문화적 시선까지. 아름답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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