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공원 / 케이티 머론 엮음·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흙, 나무, 꽃, 그리고 사람이 있다. 마천루 사이로 잔뜩 웅크린 하늘마저 기를 펴는 곳. 공원이다. 소설가, 언론인, 패션 컨설턴트, 건축가, 배우…. 그리고 제42대 미국 대통령까지 저마다의 삶을 이야기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공원에 ‘깃든’ 삶이다.

엮은이는 오래된 고가 철도를 활용해 유명해진 뉴욕의 공중 정원 ‘하이라인’을 만든 ‘하이라인의 친구들’ 이사회 의장. ‘보그’의 편집위원이기도 한 그는 스물세 살에 처음 만난 한 정원이,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되는 등 세월이 흐를수록 삶에 더욱 깊게 스며드는 것을 느끼고 책을 기획했다. 타인의 인생엔 어떤 공원이 있는지,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다는 게 무엇인지 나누기 위해서.

책은 일본 교토(京都)의 마루야마(円山)를 제외하고, 주로 유럽과 미국의 공원을 여행한다. 보볼리(피렌체), 고리키(모스크바), 하이드(런던), 구엘(바르셀로나), 프로스펙트(브루클린) 등 18명의 필자가 풀어내는 ‘공원과의 추억’은 단순한 안내 가이드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태동하며 권력자의 사적인 영역(정원)에서 대중을 위한 공적인 장소로 변모한 공원들이 어떻게 다시 개인화될 수 있는지도 살핀다.

런던 출신 패션 컨설턴트 어맨다 할레크는 “세련된 지성과 막대한 부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파리의 공원은 베르사유 궁전과 다를 바 없었다. 레이스 자수 손수건처럼 정교하고 분수와 조각상이 보석처럼 박힌 꽃밭을 걷는다니. 어린 시절의 고향-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 아닐까-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정원이 나에게는 천구의 정원, 돌담 안의 에덴처럼 느껴졌다”며 파리 뤽상부르 정원에 대한 감상을 밝히고 있다.

이 정원은 마리 드 메디치(1573~1642)가 남편인 앙리 4세가 암살 당한 후 마음의 평온을 위해 뤽상부르 공작에게 어렵사리 받아낸 땅에 만든 것. 할레크는 “마리 드 메디치는 계절마다 색깔을 바꾸는 묘목 과수원과 포도밭, 카르투지오 수도원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했던 게 분명하다. (중략) 때론 아들들과도 권력 암투를 벌여야 하는 궁전에서 빠져나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18명 중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덤버턴 오크스 공원을 지목했다. 조지타운대에 입학하던 1964년부터 이 공원을 거닐기 시작해, 요즘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종종 산책한다고 하니, 50년 된 인연이다.

그는 아름다운 ‘공동 자산’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으며, 덤버턴 오크스 저택과 정원을 하버드대에 기증한 블리스가(家)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언급한다. “1921년 밀드레드 블리스 부인은 조경가 비어트릭스 페란드에게 설계를 맡기며 조지타운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6만5000평에 이르는 황무지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조성해달라고 부탁한다. 페란드는 쉰 살에 이미 예일대와 백악관을 비롯하여 100여 개에 이르는 개인 정원과 공원을 설계한 당대 최고의 조경 전문가였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사랑받는 최고의 역작은 역시 덤버턴 오크스다.”(70쪽)

또, 앙드레 아시망 뉴욕대 대학원 교수는 공원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과거와 조우하게 하고, 현재를 받아들이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공간임을 설파한다. 세계적인 여행작가 피코 아이어가 바라본 교토 공원도 비교적 지척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그는 마루야마 공원이 개방적인 유럽과 미국의 공원과 달리 베일에 싸여 ‘무언의 소통’을 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책은 이탈리아의 유명 사진작가 오베르트 질리가 세 대륙, 열두 나라를 돌며 발견한 ‘보물’ 같은 공원 사진들을 함께 실었다. 아련한 기억 혹은 ‘지금, 여기’의 행복 속으로 독자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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