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예술이고, 모두가 예술가인 시대라고 한다. 실제로 값비싼 오페라보다 유튜브 UCC 한 편이 더 감동적이라면, 어느 쪽이 더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문 예술과 일상 예술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일상이 문화가 된 시대, 그렇다면 우리 시대 사람들은 모두 ‘예술 인간’인가?
갈무리 대표이자 인문학 공동체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인 정치철학자 조정환 씨는 ‘예술 인간의 탄생’에서 이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저자는 현대 다중은 자발적 예술가라기보다는 예술을 강요받는 노동 인간이자 경제 인간이라고 설명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각종 경제활동에서 단순 노동이 아니라 창의성, 아이디어, 예술적 상상력을 요구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우리 시대 다중은 매일 예술가이기를 강요받고 이 과정에서 예술가로 단련되고 있다. 노동과정이 미적·예술적 패러다임으로 변하면서 노동자의 예술가화가 강제된다. ‘창조하지 못하는 자, 임금도 없다’는 것이 신경제 논리다. 노동자는 매 순간 예술적일 것을 요구받는다. 누구나 예술가인 시대다.”
물론 아방가르드 예술가가 이를 선언할 때, 그 출발은 의미 있었다. 1960년대 이들은 삶과 분리된 예술에 저항하고, 가치 있는 삶의 회복을 주장하며 누구나 예술가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자본이 이 저항을 통치성 구축의 동력으로 활용하면서 여기서 신자유주의라는 권력 테크놀로지와 경제 인간이라는 주체성이 형성됐다”는 저자는 “이제 사람들은 모두 자기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배려·관리하고 기업가가 되어 자신의 노동을 관리하고 자기를 계발해야 한다고 명령받는 경제 인간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마르크스의 노동 인간-케인스의 국가 인간-푸코의 경제 인간으로 이어지는 계보로 파악한다. 19세기 말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노동 인간 탄생을 서술한 데 이어, 케인스는 20세기 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복지국가 개념을 내걸고 노동 인간을 국가 인간으로 포섭했다. 푸코는 20세기 후반 ‘생명관리 정치의 탄생’을 통해 국가 인간의 경제 인간으로의 이행을 서술했다. 그렇다면 이런시대에 어떻게 진짜 예술 인간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예술 인간의 힘을 어떻게 더 뚜렷이 드러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과제이다. 경제 인간 속에 잠재된 예술 인간을 드러내는 발견적 서술인 동시에 우주와 개체적 자기 합치를 추구했던 마술 인간, 어떤 특권도 허용치 않는 보편 인간을 발견하는 실천적 문제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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