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군사위 청문회장 “키신저, 월남전 책임져라”반전단체 기습시위 소동에 매케인 “꺼져라” 비난 논란

구순의 현역 외교안보전문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DC 의회에서 ‘전쟁범죄자’로 몰리는 봉변을 당했다.

29일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반전 단체 ‘코드 핑크(Code Pink)’ 소속 회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장에 키신저 전 장관이 입장하자 일제히 ‘키신저는 전범’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일어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및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 몸담았던 키신저 전 장관이 과거 베트남 전쟁과 캄보디아 폭격 등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키신저를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사진) 상원 군사위원장이 청문회장의 반전 단체 회원들을 “하류층 인간쓰레기(low-life scum)”로 규정하며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케인 위원장은 의회 경비를 불러 이들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한 뒤 시위대를 향해 “입을 닫지 않으면 체포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험한 말을 쏟아냈다. 매케인 위원장은 이어 “내가 이 위원회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스럽고 비열한 시위는 처음”이라며 “이곳에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청문회 후 ‘인간쓰레기’ 발언이 논란을 빚자 매케인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들이 91세의 키신저 전 장관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행사했고 키신저 전 장관의 얼굴 부근에서 수갑을 흔들기까지 했다며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과 관련해 증언한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손을 떼면 혼란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결국 나중에 더 큰 개입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 격변기에 미국의 역할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 및 우크라이나에서 과도한 군사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먼저 특히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즉각적인 도전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일이라면서도 “언제 끝날지 모를 또 하나의 전쟁에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또 친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무기를 지원하자는 주장에 대해 “군사 개입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