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브랜드 등 연 매출 14억… 봉제산업의 고용환경 개선 목표
“지금까지 친환경 의류 사업에 주력해 오며 창업 5년 만에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습니다. 올해는 봉제산업의 고용환경 개선이라는 궁극적인 경영 목적을 달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려 합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르그닷 사무실에서 만난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는 “올해는 디자이너와 생산자(봉제회사)를 직접 연결해 효율적으로 의류를 생산하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isigners and Makers)플랫폼 보급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창업한 오르그닷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적기업 중 하나다. 친환경 소재로 유니폼, 환자복 등을 제작하는 사업을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오르그닷은 소비지향적인 패션 산업 속에서 윤리적인 패션을 확산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단체복 및 소품 개발에 집중했다. 오르그닷은 표백제나 형광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면으로 만든 티셔츠, 가방, 앞치마 등을 제작해 판매한다. 김 대표는 “천연소재로 옷을 만드는 경우엔 화학물질이나 농약 사용을 최소화했고, 기능성 유니폼을 제작할 때는 페트병이나 어망을 재활용한 방수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오르그닷은 대나무와 재생 나일론 등 새로운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의류를 개발 중이다. 오르그닷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그동안 다양한 소비자에게 어필해 왔다. 삼성전자, 현대차, 서울시 등 여러 대·중소 기업과 공공기관이 오르그닷이 생산하는 친환경 유니폼의 주요 소비자가 됐다.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는 오르그닷이 제작한 친환경 기능성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다양한 기관들이 오르그닷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역량이 축적되고, 사업 규모도 커졌다.
오르그닷은 2011년 말 AFM이라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했다. 단체에서 일반 소비자로 사업 대상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기반으로 판매되고 있는 AFM 제품들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방호 대표는 “여성복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성복 캐주얼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다양한 컬러나 소재를 쓰기 힘든 친환경 의류의 특성을 감안해 블랙이나 그레이 계열의 도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친환경 가치를 홍보하지는 않는다”며 “품질과 디자인에 끌려 저희 의류를 구매한 뒤 나중에 ‘이 브랜드가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구나’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환경 의류 사업에서 출발해, 현재는 연 14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오르그닷은 올해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한 해로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09년 창업 때부터 디자이너와 생산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봉제산업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이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지난해 출시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봉제산업은 1990년대부터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 국가와 경쟁에서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안정적인 일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근로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고용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 봉제 산업의 수요자인 디자이너가 매년 1만 명씩 새로 배출되지만 봉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의류회사의 인력 수요가 많지 않아 대부분은 박봉을 받고 일을 하거나 생계를 위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김 대표는 “사실 신진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상품을 기획하는 것인데 기획을 해도 생산과 판매에서 가로막히게 된다”며 “이는 봉제업계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신진 디자이너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르그닷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뢰할만한 봉제회사의 리스트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신진 디자이너가 봉제회사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로 했다. 신진 디자이너는 쉽게 창업을 할 수 있어 좋고, 봉제회사는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히 둘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진 디자이너가 창업 과정에서 실패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계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창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신진 디자이너가 생산자를 찾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자본과 마케팅, 유통 능력이 모두 부족한 탓에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 패션회사처럼 같은 디자인을 대량 생산하면 마진도 많이 남고 상품 가격도 저렴해지지만 신진 디자이너는 소량 생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는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여러 디자이너를 모아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한다. 김 대표는 “봉제공장들이 소량은 마진이 적어 안 받아주지만 여러 업체가 한꺼번에 주문하면 가능해진다”며 “이처럼 수요자(디자이너)와 공급자(봉제업자)가 원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연결해 건전한 패션 생태계를 만드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했다.
5년 전 네이버를 퇴사해 오르그닷을 창업한 김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시민운동가로 일하면서 ‘돈’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거나 반대로 영리를 추구하면서 현실적으로 살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는 것일까 고민했다”며 “이때 사회적 기업을 접했고 ‘환경’과 ‘고용 안정’의 두 가지 가치를 잡을 수 있는 기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를 확산시키고 의류·패션 산업 종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오르그닷은 이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는 결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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