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마련한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안의 발표를 연기했다. 연말정산에 따른 정책 혼선과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침 철회에 이어 또 한 번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단장은 정부의 무책임을 성토하며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고, 계획했던 정책을 뚜렷한 이유 없이 철회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향후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정 및 정부 부처 사이의 정책 조정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이를 통해 정책 혼선이나 신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먼저, 건보료(健保料) 부과 체계 개선은 부처 간 견해차가 컸던 사안이 아니었다. 현행 건보료 부과 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눠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따라,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자동차 등에 따라 산정된 표준소득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한다. 제도가 처음 마련된 1998년 당시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에 대해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지난 17년간 사회적 변화에 따라 현행 체제로는 더 이상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제도 개선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특히, 은퇴 후에 상당한 소득이 있더라도 직장가입자인 자녀에게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은퇴나 실직으로 소득이 없어졌는데도 직장에 근무할 때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경우도 많았다.
보험료 납부의 형평성 확보를 위한 개선안에는 단기적으로는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에서 소득의 비중을 높이고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직장 및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일원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부과 체계를 개선하면 가입자 간 보험료의 형평성은 제고되지만, 일부 가입자는 부담이 증가하기도 한다. 정부가 갑자기 정책을 뒤집은 것은 정책 조정의 부재 때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제도로 인해 표출될 국민의 불만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시점에서 손해를 볼지 모를 국민의 불만이 증대된다면 지지도는 더욱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그것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국민의 지지도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번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안은 해당 공무원과 전문가,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재추진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정책 혼선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정책 혼선의 이유는 정부의 국정 기조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점에 있다. 국민 행복을 위해 복지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던 박근혜정부가 한편으로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은 불가하다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국정 방향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박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하려면 이러한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