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공황을 전후한 시기에 ‘문화 뉴딜 산업’도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미 1920년대 미국의 허버트 클라크 후버 대통령은 “미국 영화가 들어가는 나라에서 미국산 자동차, 사진, 모자가 두 배가 더 팔린다”며 영화의 부대 효과를 간파했다. 상무부 산하에 영화 발전 조직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성장한 할리우드의 거대 제작사는 국제 영화 시장을 휩쓸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문화융성이 ‘문화 뉴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묘책을 찾고 있지만 되레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우선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년간 인사 파동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난해 7월 말 임명돼 6개월도 되지 않은 김희범 1차관이 1월 22일 일방적으로 사표를 낸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인사 난맥으로 문화융성과 문화국가브랜드 구축 등 핵심 업무가 연초부터 삐거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부의 소란으로 우물쭈물하고 있을 새가 없다. 20세기가 할리우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의 시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영화 시장을 정조준하며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와 차이나머니의 시너지 효과는 그 위력이 폭발적이다. 중국을 위한 영화로 통하는 ‘트랜스포머4’는 지난해 중국에서 3200억 원이라는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렸다. 중국 전통술이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중국 관련 상품이나 장면이 간접광고(PPL)로 수시로 노출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 영화계의 무게중심은 직접 진출보다는 한.중 합작영화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숱한 화제를 일으킨 영화 ‘국제시장’이 관객 수 1000만 명 기록을 올리는 데는 28일이 걸렸지만, CJ E&M의 한·중 합작 프로젝트 영화 ‘20세여 다시 한 번’은 중국에서 개봉(1월 8일)한 지 불과 17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가 개봉된 스크린 수는 무려 5500개였다. 국내 흥행 영화 ‘수상한 그녀’를 중국식으로 리메이크하면서 판타지 요소를 더욱 강조했고, 양쯔산과 구이야레이 등 중국 인기 스타와 엑소의 전 멤버 루한을 캐스팅한 것이 주효했다.
영화 분야가 중국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기 전까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문화계는 중국 문화와 영화산업과의 연면한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중국이 문화 콘텐츠 수출에 날개를 달기 전에 ‘시장 선도자’가 돼야 한다. 영국의 경우 해리포터, 셜록 홈즈, 007 등 수많은 영화와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히트작을 배출했으나, 실질적으로 이들 문화콘텐츠를 제작·유통해 큰 부가가치를 가져간 것은 미국이다. 우리도 세계적 수준의 융합형 플랫폼과 거미줄 같은 글로벌 문화 유통망을 갖춰야 한다. 때마침 대표적 한류 공연인 난타 전용관도 오는 3월 중국 광저우(廣州)에 세워진다. 1월 26일 ‘두드림의 예술’인 난타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을 때, 연극배우 박정자가 건넨 축하인사는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문화산업계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이다.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다만 두드리는 문의 위치는 정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