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남은 임기 3년 ‘국정 주도권’ 다툼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겹친 새누리당 지도부의 비박(비박근혜)계 중심 진용 개편을 계기로 청와대가 주도해 온 기존의 당·청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목소리를 낮췄던 김무성 대표와 새롭게 선출된 유승민 원내대표가 일제히 ‘당·정·청 소통 강화’를 합창하며 청와대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전운에 가까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의 메시지는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위기가 찾아왔으니 이제 정책과 인사, 소통 등 모든 면에서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신설 등을 통해 정책과 정무 면에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과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박 대통령의 구상과 ‘배치’된다. 특히 여당은 ‘증세 없는 복지론’이나 ‘개헌 논의 불가론’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 면에서도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향후 국정 주도권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니거나 침묵하지 않겠다는 여당 지도부의 기류 변화는 3일 김무성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부터 확연하게 나타났다. 김 대표는 ‘역동적인 국정 운영 파트너십 구축’ ‘국가 운영의 파트너십 회복’ 등의 표현으로 ‘청와대의 독주’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가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이 주도해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밝힌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와 어긋나는 정책은 없는지, 본래 의도와 달리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내각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소신 있게 정책을 집행하고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청와대 주도의 인사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 대표가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대목이다. 김 대표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정치인이 그러한(증세 없는 복지)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거나 “정치인이 인기에만 영합하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며 일갈했다. 실질적으로 정책과 입법을 주도하게 될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보다 더 직설적으로 여당이 청와대를 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혼선이 안 빚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여당이) 입 다물고 따라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당은 국민을 대변하는 기구이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 민심에 바탕을 둔 정책을 수립하게 하는 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걸 가지고 ‘당·청 관계 혼선’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일방적인 당·청 관계에 너무 길들어 있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향후 청와대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 방향을 시사했다. 유 원내대표는 특히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등 다 했지만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한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며 ‘증세 없는 복지론’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오남석·민병기 기자 greente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