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성장에 아무 도움안돼”
증세·부동산정책도 시각차
劉 “수천억 버는 재벌과…
자살하는 사람들의 양극화”
대기업 정책도 부정적 입장
향후 ‘초이노믹스’ 험로 예고
與와 충돌 추진력 잃을 수도
4대 구조개혁도 난관 봉착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의 앞날에 ‘험로(險路)’가 예상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 원내대표는 경제철학에서부터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상당히 다른 인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여당과의 불협화음으로 추진동력을 잃고 난관에 봉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적인 측면에서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옛 경제기획원(EPB)에서 훈련받은 정통파 경제 전문가로 성장과 기업을 중심에 놓고 있다. 반면에 유 원내대표는 공동체 우위의 ‘사회적 경제’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이는 경제정책의 시각차로 이어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 등장 이후 정부가 펼쳐온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단기 부양책은 잠재성장률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재정 건전성만 해친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최 부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단기 부양책’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대기업(재벌)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수천억 원을 버는 재벌과 100만 원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들, 이 양극을 그대로 두고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도, 국민 통합을 이룰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기업과 대기업에 한국형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인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하겠다”며 “이들이 의무 비율을 못 지킬 경우 부담금을 내도록 해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임금 보조에 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로제타 플랜은 1998년 벨기에에서 실시돼 큰 성공을 거둔 혁신적인 청년실업 대책으로, 종업원 25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1명 이상의 청년 실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제도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 논란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당은 법인세든 부가가치세든 백지 상태에서 다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인세 인상론’이 여당에서 제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 원내대표 등장을 전후해 정부가 올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동시장·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이 여론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2일 발표한 신년 구상의 핵심은 경제였다. 모두 발언의 절반 이상이 경제에 대한 것이었고, 경제라는 단어를 42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경제 관련 어휘로는 ‘성장’이 16차례, ‘개혁’이 13차례, ‘혁신’과 ‘규제’ 각각 11차례, ‘미래’ 10차례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제정책의 핫이슈는 ‘복지’와 ‘증세’로 바뀌었고, 4대 부문 구조 개혁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도 쏙 들어가버렸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 부문 구조 개혁이 ‘복지 vs 증세’ 논쟁에 밀려 추진 동력을 잃고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과 정부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지는 못하겠지만 사사건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놓을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추진력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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