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가상화폐 조사 배경 마약·위조지폐 등 불법행위
신속한 외화 이체도 가능케

코스타리카·동남아 등지서
가상화폐 범죄에 활용 적발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가상화폐를 통한 제재 우회 가능성을 주목한 것은 거래기록이 남지 않는 형식으로 개발된 가상화폐가 갖는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마약 거래나 가짜담배 판매, 위조지폐 유통 등 불법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북한에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구멍’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가상화폐의 대명사가 된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진 것도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였다.

북한이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874·2094호 등과 미국 행정명령으로 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신속하게 외화 이체가 가능하다. 불법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의 세탁도 용이하다. ‘지갑’이라고 부르는 계좌를 개설하는 데 개인식별정보가 불필요하고, 무제한으로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나 발행주체의 관리·감독도 없다.

미국 재무부는 이 때문에 가상화폐가 대북제재의 ‘구멍’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니 픽처스 해킹’에 성공할 정도로 발달한 북한의 사이버 실력을 감안하면 북한이 ‘돈줄’ 확보 차원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여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리즘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가 나쁜 사람들보다 한발 앞서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미국으로 송금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집중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추가적인 대북제재 조치에는 이 같은 가상화폐 문제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도 지난 1월 15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광범위한 금융 제재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통치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시키는 방식으로 북한에 “심장이 멎는” 듯한 고통을 가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에 준하는 ‘돈줄’ 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 금융·조세 당국은 실제 가상화폐를 악용한 돈세탁 및 불법거래 행위를 잇달아 적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 국세청(IRS)이 2013년 5월 적발한 가상화폐 업체 ‘리버티 리저브(Liberty Reserve)’다. 국세청은 중남미 코스타리카에 근거지를 둔 이 업체가 60억 달러(약 6조6100억 원) 규모의 돈세탁을 한 혐의를 적발했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같은 해 10월 ‘비트코인’을 이용해 대규모 마약을 불법거래한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하고, 350만 달러(약 38억5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최근 동남아에서도 유사 사례가 적발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동남아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관련 웹사이트(Bitcoinhyip.org)와 ‘유유 파이낸스’ 관련 회사들이 1월 16일 증권사기 혐의로 고발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집중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서방과의 핵 협상 이전에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상화폐를 활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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