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두 작품 모두 다중인격자를 소재로 다뤘다는 유사성 때문에 마찰이 생겼다.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자인 이충호 웹툰 작가가 “‘킬미 힐미’는 ‘하이드 지킬, 나’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한 드라마”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하지만 이 같은 충돌은 그동안 수차례 있었다. 같은 시기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란성 쌍둥이’ 드라마가 등장해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곤 했다. 얼마 전에는 SBS ‘주군의 태양’과 케이블채널 tvN ‘후아유’, OCN ‘처용’ 등이 나란히 귀신 보는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과거에서 현대로 온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타임슬립 드라마인 SBS ‘옥탑방 왕세자’와 tvN ‘인현왕후의 남자’는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방송돼 의구심을 샀다. 당시 ‘인현왕후의 남자’를 쓴 송재정 작가는 “‘옥탑방 왕세자’가 편성되기 전 SBS 측과 접촉이 있었고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접었는데 ‘옥탑방 왕세자’가 편성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직접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지만 ‘옥탑방 왕세자’가 자신의 기획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왕의 얼굴’을 둘러싼 잡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 ‘관상’의 제작사는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KBS와 접촉했었고 불발된 후 타 방송사와 제작을 논의 중이었는데 KBS가 비슷한 소재로 ‘왕의 얼굴’을 제작하려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관상’ 제작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동병상련을 호소하는 외주 제작사들이 적지 않았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방송사 편성을 받기 위해 기획안과 대본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데 곧바로 편성되지 못하면 비슷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후발주자들이 생기곤 한다”며 “편성이 불발된 후 방송사들이 간혹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제작사에 비슷한 기획으로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물론 소재의 유사성만 두고 표절을 운운할 순 없다. 뿌리가 같아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한때 의학 드라마가 붐을 이뤘던 것처럼 대중의 각광을 받는 소재를 선점하려다 보니 비슷한 드라마가 제작된다. 예를들어 MBC ‘닥터 진’과 SBS ‘신의’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법무 검토까지 받았으나 문제없이 두 편 모두 제작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해 아이디어가 도용돼도 제대로 보호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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