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지희’ 출신 린아·다나 -‘지킬 앤 하이드’‘로빈훗’서 열연
‘소녀시대’ 서현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스칼렛役
클래식보다 팝에 가까워진 무대… 아이돌에 어울리는 배역 더 늘어
실력에 대중성까지 확보한 여성 뮤지컬 스타엔 누가 있을까.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차지연, 바다, 김보경, 정선아, 옥주현, 박혜나, 김소현 등을 꼽았다. 모두 30대 초·중반을 넘긴 나이. 뮤지컬 여배우가 활짝 꽃을 피우는 때다.
이 중 바다와 옥주현이 특히 눈에 띈다. 1세대 아이돌·걸 그룹 출신으로 이젠 공연계 ‘티켓파워’로 우뚝 섰다. 어쩌면 걸 그룹 ‘전업(轉業)’의 가장 성공적인 예. 뒤이어 수많은 여성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두 선배는 길을 잘 닦아 놓은 듯 보인다. 과거 뮤지컬 무대에 오른 가수나 TV 스타들이 혹평을 듣던 것과 달리, 요즘 아이돌은 예상 밖 선전으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제2의 바다·옥주현은 누가 될까.
◇ “나, 아이돌 출신이야!” 당당히 대극장 꿰찬 ‘걸’들 =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 현재 대형 라이선스에 발탁돼 대극장을 누비고 있는 3명의 ‘걸’, 린아(지킬 앤 하이드)와 다나(로빈훗·이상 천상지희 출신), 그리고 소녀시대의 서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매혹적인 연기를 선보인 린아는 그동안 ‘페임’ ‘젊음의 행진’ ‘늑대의 유혹’ 등 소극장 무대에서 실력을 다졌고, 지난해 ‘머더 발라드’를 통해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지킬 앤 하이드’에선 술집 여자 ‘루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바다와 옥주현을 이을 티켓파워 스타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이다. 지난해 뮤지컬 배우 장승조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그룹에 몸담았던 다나도 이미 뮤지컬 입문 6년 차. 2010년 ‘대장금’으로 데뷔, ‘락 오브 에이지’ ‘삼총사’ ‘보니 앤 클라이드’를 거쳐 지난 1월 23일 개막한 ‘로빈훗’에서 주인공 로빈훗을 따르는 ‘조이’로 분하고 있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가 장점. 팝적 요소가 강조되는 요즘 뮤지컬 트렌드에 잘 맞는다.
지난해 ‘해를 품은 달’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서현은 아시아 초연으로 기대를 모은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을 꿰찼다. 더블 캐스팅된 바다의 노련함에 비할 순 없지만, “눈빛·몸짓이 깜짝 놀랄 만큼 비비언 리를 닮았다” 등의 평을 들으며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스타성에 있어서만큼은 과거의 바다(SES)나 옥주현(핑클)에 전혀 뒤지지 않기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겸업·전업·단발성… “실력에 매력까지 갖춰야 티켓파워”=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걸 그룹 출신 혹은 멤버들은 ‘작은’ 무대에 먼저 선다. 개인적으로는 엔터테이너로서 영역 확장, 혹은 새 길 모색 등이 이유가 되겠지만, 다양한 공연이 많아져서 그만큼 ‘아이돌’이 설 곳도 많아진 게 또 다른 이유다. 노민지 설앤컴퍼니 과장은 “최근 뮤지컬 넘버(삽입곡)들은 클래식보다 팝에 가깝다. 아이돌이 잘할 수 있는 노래, 아이돌에 어울리는 배역이 많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얼굴들의 진입도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업 혹은 겸업도 있고, ‘외도’로서 단발성 출연도 있다. 김선경 인터파크티켓 팀장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간단하다. 김 팀장은 “한 번으로 끝나느냐 최소한 2∼3개 정도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느냐를 보면 된다. 공연 팬 대부분은 20∼30대 여성이다. 유명세가 아니라 ‘진짜’ 실력 있는 배우를 볼 줄 안다. 이들에게 선택되는 게 티켓파워다”고 전했다.
소녀시대를 탈퇴한 제시카를 비롯해 가희(애프터스쿨), 정은지(에이핑크) 등도 촉망받는 ‘겸업’ 여가수들. 제시카는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에 두 차례 출연했는데,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속 ‘엘 우즈’와 매우 흡사한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같은 역으로 출연한 정은지는 싱크로율(닮은 정도)은 제시카보다 떨어지지만, 가창력과 연기력에 있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한 연기수업이 도움이 됐다. 가희는 ‘보니 앤 클라이드’와 ‘올슉업’ 등 지난해에만 두 편의 뮤지컬에 참여했다.
이 밖에 조민아(쥬얼리), 한수연(LPG), 이민경(디바), 조은별(러브), 김사은(바나나걸) 등이 2006∼2007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대작은 아니지만 ‘사랑은 비를 타고’ ‘온에어’ ‘김종욱 찾기’ 등 대학로 스테디셀러를 통해 인지도와 실력을 쌓는 중. 노민지 과장은 “초반 주목도가 높다고, 혹은 다작(多作)을 한다고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티켓파워는 실력에 매력까지 갖춰야 한다. 결국 성실하게 준비한 배우만 살아남는다”고 조언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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