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은 박세중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굴에 웃음까지 떠올라 있다. 박세중은 54세, 4선 의원이며 원내총무이니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박세중이 술잔을 들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실감이 나는군요. 멀리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서동수가 치하했다.
“김 위원장도 이의가 없으실 것입니다.”
그것은 서동수의 몫이지만 이해시킬 수가 있을 것이었다. 이해시키는 정도로 그쳐야지 그 이상은 월권이다. 한 모금 술을 삼킨 박세중이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의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다른 사람이란 대선 후보들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난데없는 일이겠지만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당장에 대통령과 서동수, 박세중이 대세를 몰아가면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야당 측에서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 힘들 것이었다.
“당분간 유 실장과 안 특보가 한국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박 총무께서 도와주시지요.”
서동수가 부탁했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마담과 함께 아가씨들이 들어섰다. 때맞춰서 들어오는 셈이다.
“자, 그럼 회의는 끝났고 한잔하지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옆에 앉은 마담부터 보았다.
“마담은 초면인데, 왜 이제야 당신을 만나게 되었지?”
“그러게요.”
마담이 눈웃음을 쳤다.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서 눈가의 주름까지 다 보인다. 화장이 옅었기 때문이다. 둥근 얼굴, 머리는 뒤로 묶어 옥비녀를 꽂아서 긴 목이 드러났다. 그때 마담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앞에 떠 있는 마담 얼굴이 삼십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왼쪽에 앉은 파트너한테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말 대신 지금 만지고 있으니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돼.”
그때야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파트너의 허리를 안으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감히 나한테 교육을 하려고 들다니, 세종대왕한테 한글 교육을 하려는 꼴이구나.”
“아이고, 이제 곧 대통령 되실 테니 이런 곳에서 뵐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담이 생글거리며 말을 받자 안종관의 얼굴은 굳어졌지만 유병선은 웃었다. 그때 박세중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서비스 잘해. 잘 모시란 말이야.”
“말씀만 하세요.”
마담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40대 중반쯤 되었을까? 청운은 특급 요정이다. 정치인, 대기업 총수들의 단골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유병선이 오늘 처음 예약을 했다. 마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지만 서동수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마담은 아직 제 소개도 안 한 것이다.
그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 박세중이 마담에게 물었다.
“마담, 오늘 누구 안 왔나? 우리 쪽에서 온 사람은 없어?”
우리 쪽이란 한국당을 말하는 것이다. 마담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아유, 전 모르겠어요. 늦게 나와서요.”
“알면서도 말 못하겠지.”
서동수는 파트너의 허리를 당겨 안고 나서 술잔을 내밀었다. 술을 따르라는 표시였는데 마담이 잔을 받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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