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들의 해외 전지훈련에서 포지션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포지션 변경으로 주전 확보를 노리는 비주전급 선수들이 아니라, 입지가 확실한 간판급 선수들까지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 훈련을 받고 있다.
KIA는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외야수 김주찬에게 2루 수비 훈련을 시켰다. 주전 2루수 안치홍(25)과 주전 유격수 김선빈(26)이 입대한 가운데, 확실한 대체 자원이 없다 보니 고교 시절 유격수였던 김주찬까지 고육책으로 2루수 겸업에 나선 것. 그러나 김주찬은 프로에 와서는 대부분 외야수로 뛰었고 유격수로 55경기, 2루수로는 단 2경기만 나섰던 선수다.
넥센 부동의 1루수·4번 타자 박병호도 포지션 파괴에서 예외가 아니다. 박병호는 미국 애리조나의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을 함께 하고 있다. 김태균(33·한화)도 1루수지만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3루에 자리 잡고 김성근(73) 감독의 펑고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프로 입단 당시에는 3루수였지만 1루에 정착한 지 오래다. 특히 김태균은 실전에서 3루수로 출전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3루 훈련을 시키면서 “이렇게만 해준다면 3루수로 써도 괜찮을 것 같다”고 칭찬까지 했다.
박병호는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경우다. 그는 올 시즌 뒤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생각. 거포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만 가능한 박병호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밖에 NC는 간판타자 나성범(26)의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이동시키는 중이다. LG는 내야수 김용의(30)와 문선재(25)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외야수로 전향시키고 있다. 이병규(41·등번호 9번)와 박용택(36), 이진영(35) 등 나이가 많은 기존 외야진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휴식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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