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editology). 지난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내놓은 책 제목이기도 한 이 키워드는 문화 전반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생산되는 지식· 정보량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320배에 이르는 시대니 산더미 같은 지식과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가려내는 일은 무척 중요해졌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취사선택, 말 그대로 편집이 절실합니다. 믿을 수 있는 ‘지식 편집 작업’에 대한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출판 쪽에서도 문학부터 과학까지 전문가들의 ‘편집책’이 잇따르고, 예상치 못한 베스트셀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가 황석영이 펴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도, 그의 안목으로 독자들에게 권하고픈 한국단편을 101편을 골랐으니 광범위한 ‘에디톨로지’입니다. 이번 주 북리뷰에 소개한 ‘당신의 선택은’ 역시 전형적인 편집책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찬vs 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니 말입니다. 존 캐리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가 중세 이후 500여 년간의 과학지식 역사 속에서 중요한 최초 원기록을 모은 ‘지식의 원전’(바다·사진)도 최근 재출간됐습니다. 인간 신체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기록부터 과도한 문명 발달로 인류가 위협받는 세태를 개탄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고문까지 102편을 묶었습니다. “쏟아지는 지식 사이에서 일반 독자들이 과학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는 캐리 교수는 잘 쓰였는지, 스스로 두 번 이상 읽고 싶은지, 일반인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선택 원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출간된, 제목만 보면 정말 낯 뜨겁지만, 내용은 상당히 내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 비즈)이 각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톱 5위권에 올라 있는 것도 ‘지식의 정리’에 대한 수요를 보여줍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 ‘현실 세계’의 다섯 과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 인기를 끌면서 이번 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현실너머편’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철학, 과학, 예술, 종교와 신비 영역입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옮긴 것으로 저자 채 사장은 “정보가 폐품처럼 쌓이는 시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지식을 선별해 쉽고 단순하게 손질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지식이라면 ‘깊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가짓수는 늘고, 이들이 다시 빠르게 분화해 각각 깊숙이 전문화되는 시대에 ‘깊이’와 함께 ‘넓이’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에디터가 되는 각자의 에디톨로지가 필요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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