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수의 옆자리에 앉은 마담이 낮게 말했다.

“실장님과 특보께서는 먼저 가셨습니다.”

마담이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애들 내보낼까요?”

“아, 갈 때가 되었다는 말이군.”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지갑을 꺼냈더니 마담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실장님이 계산하고 가셨습니다.”

“여기 오신 손님들은 제 손으로 계산하지 않나?”

서동수가 묻자 박세중이 소리 내서 웃었다.

“다 대기업 총수에다 높으신 분들이니까요. 솔직히 저도 지갑 꺼낸 적이 없습니다, 장관님.”

“난 이 재미로 돈 버는데.”

지갑에서 10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낸 서동수가 박세중과 자신의 파트너에게 한 장씩 나눠주고 마담에게는 세 장을 주면서 말했다.

“실장, 특보 파트너한테 한 장씩 줘요.”

“한 장 남는데요?”

마담이 묻자 서동수가 정색했다.

“그건 마담 팁.”

“제 거요?”

“이거 내 개인 돈이야, 좀 씁시다.”

“저도 주시는 거죠?”

“돈은 쓰라고 버는 거야. 소비가 많아져야 경제가 살아나.”

“잘 쓸게요.”

마담이 일어나면서 파트너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고는 셋이 방을 나갔으므로 안에는 둘이 남았다. 그때 술잔을 든 서동수가 박세중을 보았다.

“박 의원님.”

“예, 장관님.”

박세중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 서동수는 그 눈빛에 믿음이 담겨 있는 것을 느꼈다.

이쪽도 그렇게 보일 것이었다. 정치인 중에서 서동수가 가장 신뢰해온 사람이다. 그것을 박세중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건 내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 특보한테도 말입니다.”

한 모금 술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신의주에 기반이 잡히면 난 장관직도 그만두고 기업으로 돌아갑니다.”

숨을 죽인 박세중을 향해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그때 박 의원께서 신의주 장관직을 맡으시지요. 그러고 나서 한 대통령님과 호흡을 맞춰 나가시는 것입니다.”

“장관님.”

박세중이 갈라진 목소리로 불렀을 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김동일 위원장도 내가 추천한 분은 거부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니. 저는…….”

“그렇게만 알고 계시지요. 짐을 넘기는 것 같아서 오히려 제가 송구합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남자 지배인이 몸을 반쯤만 보이고 말했다.

“준비되었습니다. 나오시지요.”

“자, 그럼.”

자리에서 일어선 박세중이 서동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장관님, 그럼 다시 뵙겠습니다.”

술을 같이 마셨다고 대문까지 나란히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세중이 먼저 나갔고 서동수는 10초쯤 늦게 방을 나왔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남자 지배인이 잠자코 앞장을 서더니 옆쪽 토방으로 나왔다. 구두가 토방 아래에 놓여 있다. 구두를 신은 서동수가 인적 없는 정원을 건너 지배인의 뒤를 따라 옆문으로 나왔다. 골목 안에 서동수의 차가 기다리고 있다. 최성갑이 서 있다가 문을 열었다. 차 안으로 들어서던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여자 하나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담이다. 정유선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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