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오는 9일 앞으로 10년 동안 전개될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사업의 입찰이 시작된다. 총사업비 8조6000여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가사업이다. 단발 엔진이냐 쌍발 엔진이냐 논란이 많았던 보라매사업이 쌍발 엔진 전투기를 생산한다는 정책으로 확정돼 전투기 제작사 선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강대국들의 공통점은 국가 안보에 필요한 전투기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35와 F-15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고, 중국도 J-31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한다. 일본 역시 F-2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고,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를 제조하고 있다. 한국도 선진국이 되려는 길목에서 성능 좋은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자주국방의 길이 탄탄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보라매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첫째, 최저가 낙찰을 하지 않아야 한다. 최저가 낙찰을 하게 되면 장비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아니라 품질을 우선해야 한다. 안정적 전력(電力) 공급에 없어서는 안 될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선정에 관행으로 이어져 온 최저가 낙찰제가 품질 위주의 구매 제도로 개선돼 부품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한국보다 품질 면에서 훨씬 앞서 있는 일본의 방위산업은 무기 체계의 선정에 최저가 낙찰제를 없앤 지 오래다.

둘째, 수출을 내다보는 전투기 제조를 목표로 해야 한다. 한국은 에어쇼(Air Show)에서 국위를 떨치고 있는 고등훈련 연습기 T-50을 인도네시아에 16기, 이라크에 24기를 수출한 나라다. T-50 고등훈련연습기를 공격 전투기로 전환한 A-50은 필리핀에 12대나 수출했다. 2017년 말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상대로 한 훈련용 가상 적기로 T-50 고등훈련 연습기가 강력한 후보 기종으로 떠올라 잘 성사되면 약 500대를 수출할 길이 열린다. 한국이 초음속 전투기의 훈련용인 T-50과 경공격 전투기 A-50을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은 국가 재정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당시 1조4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초음속 항공기 제조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수출할 수 있는 경공격형 전투기 A-50 전투기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셋째, 선진국형 첨단 전투기 제조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보라매사업의 차기 전투기는 한국이 생산하는 단발 엔진 A-50 전투기보다 규모가 크고 쌍발 엔진이기 때문에 항공산업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의 방향은 적의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스텔스 기술과 무기의 통합관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고등훈련기 사업 당시 미국이 기술 이전을 꺼렸던 비행 제어 시스템(Flight Control System) 기술은 그동안의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전투 통합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스텔스 기술은 한국이 미래를 대비해 반드시 자립해야 하는 첨단 기술이다.

보라매사업을 시작하면서 향후 10년 간 미래 30년을 내다보는 차기 항공 산업의 목표가 함께 어우러져야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항공산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 가운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가 전투기 제조 능력이기 때문에 보라매사업을 성공시켜 한국의 안보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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