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체계 개편 용역 이달내 선정 문화재청 “번호가 가치順 오해” 문화재청 고객지원센터에 들어오는 민원 중 상당수는 “○○를 국보로 해달라”는 것. 혹은 “국보 ○○호를 ○호로 해달라”이다. 내용과 이유는 제각각이다. “○○보다 ○○가 더 훌륭해 보인다.” “○○가 지닌 의미가 국보에 더 타당하다” 등. 이 같은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 지정번호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 때문이다.

1·2·3호가 1·2·3등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무의식중에 순위 매기기를 하고 있는 것. 문화재청에 따르면 사실 이 지정번호는 관리 차원이다. 그렇다고 숭례문에 부여된 ‘국보 1호’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화재 후 온 국민이 느꼈던 상실감, 국가적인 복원 사업 과정 등은 숭례문이 한국인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 지정번호 체제 개편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관리 번호가 ‘등수’, 즉 가치 순서로 오인받는 문화를 바꾸고, 종종 터지는 ‘국보 1호 교체’와 같은 소모적인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개편 관련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 업체가 이달 내 선정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소모적인 논쟁과 민원이 너무 많다. 재편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결과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외국의 문화재 지정 사례, 문화재와 관련한 국민 의식 조사, 개편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검토 등이 주된 연구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청회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새 시스템 구축 논의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이달 내 연구에 돌입하게 된 데에는 1995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숭례문 국보 1호 폐지’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이 같은 주장의 선두에 섰는데, 주된 이유는 숭례문이 국보 1호가 된 게 일제의 잔재라는 것. 1934년 조선총독부가 숭례문을 보물 1호로 지정했고, 해방 후 이를 이어받아 국보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해방 이후 재평가를 거쳐 지정했다”며 이미 검증된 사안에 대해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국보 1호 폐지론자들은 숭례문이 2008년 방화로 반 이상이 불에 탔고, 복원 과정에서 부실공사와 비리 등이 드러나며 문화재적 가치를 잃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현재 국보 70호인 훈민정음을 제시한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에서는 화재 이후 진행된 위원회 회의에서 “화재 이후에도 숭례문의 형태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국보 1호를 해제할 이유가 없고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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