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 정치부 부장대우

“북한이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요.” 지난 1월 2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 때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10% 오를 텐데 남북관계 개선을 왜 안 하시느냐”는 문희상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질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웃으며 대답한 이 말은 현격한 대북정책 입장 차 외에 2가지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하면 핵실험 중지하겠다’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하면 이산가족 상봉 들어주겠다’는 김정은의 제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날 선 시각’으로 해석되지만, ‘핵무기로 남한을 날로 먹으려 든다’는 경고로도 와 닿는다. 섬뜩하다.

최근 미국 정책연구기관 신미국안보센터(CNAS)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진전되면서 북한이 ‘생존 가능한 핵능력’, 즉 유사시에 있을 선제 타격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핵무기 확보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생존 가능한 핵능력’이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한 핵미사일 능력 등 ‘2차 핵보복능력’을 일컫는다.

김정은이 난국 돌파를 위해 미사일 위협 등 높은 수준의 도발을 강행하며 충격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북핵 최고 전문가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머지않아 북한은 수십 개의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증폭탄과 수소폭탄 제조능력까지 갖춘 중견 핵보유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며, 그에 앞서 제한된 숫자의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초보 핵보유국 등장은 시간문제”라며 핵무기 실전 배치를 선언할 것이란 충격적 전망도 내놓았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나면 ‘슈퍼 갑(甲)’ 행세를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김정은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 선언에 대해 실질적인 대비책은 마땅찮다.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 4일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해 군사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THAAD 문제에 시비를 계속해 중국 국방부장이 한국 방문은 하지만 북한을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북한의 거부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한 지적은 한 귀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북한이 슈퍼 갑질로 한국을 날로 먹으려 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THAAD의 한반도 배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 요청은 일언지하에 거부했지만, THAAD 배치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군사핫라인 설치 요구를 지렛대로 THAAD 한반도 배치를 좌절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의 전략적 이해를 대변하면서 한·미 동맹 틈을 벌리는 이간계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핵무기 위협을 억제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핵전쟁이 나면 다 죽는다’는 ‘비겁한 공포’와 ‘비겁한 평화가 핵전쟁보다 낫다’는 패배주의가 엄습할 수 있다. 남이 북에 날로 먹히는 외통수로 가는 길이다.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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