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들 경찰서 출동 잇따라 정작 긴급구조상황엔 공백 우려
경찰은 “보급품에 문제” 하소연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A 소방서에 긴급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수갑을 잘라 달라는 신고였다. 소방관들이 출동한 곳은 서울 종암경찰서 B 지구대였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관들은 수갑을 풀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고, 소방대원들이 준비한 절단기로 수갑을 끊어내고 나서야 소동은 마무리됐다.

이보다 한 달 가량 앞선 2014년 12월 28일 새벽, 또 다른 소방서에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수갑을 절단해 달라는 ‘경찰의 긴급 SOS’가 접수된 것. 대기하던 소방관들은 ‘우르르’ 경찰서로 출동해야 했다. 수갑 절단은 한 명이 해도 되지만, 규정상 팀 단위(4∼5명) 출동이 원칙인 소방대원들은 무더기로 출동해야 했다.

9일 일선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수갑이 풀리지 않아 소방서에 출동해 달라는 요청이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갑 고장은 주로 수갑을 고정하는 톱니 이 부분이 틀어져 안 풀리거나 열쇠가 열쇠 구멍 안에서 부러져 박히는 등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관들은 ‘수갑 노후화’를 의심하고 있지만, 경찰청에서 파악한 내구연한(7년 이상)을 넘긴 노후 수갑은 전국에서 30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갑이 풀리지 않는 정확한 이유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인근 소방서에는 경찰로부터 ‘수갑을 끊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지역 한 구조대 관계자는 “수갑 절단을 부탁하는 관할 지역 경찰의 민원이 많을 때는 한 달에 10건 이상씩 들어온다”며 “경찰의 민원성 신고 때문에 정작 다급한 현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규정상 소방대원들은 팀 단위로 출동하도록 돼 있는 만큼, 자칫 경찰의 수갑 신고 해결을 위해 화재 발생 등 긴급 상황에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장비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잦은 고장 탓에 사제 수갑을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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