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9일 열리는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전승(戰勝) 70주년’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국내외 관심사로 떠올랐다. 독일에서 8일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박 대통령께서 참석하길 기대한다”고 요청했고, 윤병세 장관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한·러 관계 훼손도 없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이번 행사가 단순히 역사 이벤트가 아니라 복잡한 국제 정치를 반영하는 장(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개입’을 이유로 불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불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정치적 셈법은 다르다. 대대적 행사로 내부 단결을 꾀하고, 친러 국제연대를 과시하려 한다. 미국 등 전통적 우방이 외면하는 행사에 한국만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북한 김정은의 참석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박 대통령이 참석하면 김정은과의 회동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그런 편법보다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올해로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러 관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동맹, 남북관계, 나아가 인류 보편의 가치에 비춰서 현 단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참석은 득(得)보다 실(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