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중국 하얼빈시 환구극장에서 공연된 한국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으로 분한 강태을. 그는 “역사적인 공연이라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지난 7∼8일 중국 하얼빈시 환구극장에서 공연된 한국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으로 분한 강태을. 그는 “역사적인 공연이라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지난 7일 오전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을 방문한 박송권, 강태을, 정의욱, 박정원(왼쪽부터).
지난 7일 오전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을 방문한 박송권, 강태을, 정의욱, 박정원(왼쪽부터).
역사 현장서 안중근 의거 재연… 뮤지컬 ‘영웅’ 주인공 강태을“일본 입국 거부요? 안중근 역을 한 배우라고 해서 그런 일을 당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영광입니다.”사뭇 결의에 찬 표정. “아주 시원하게 웃어주고 돌아오겠다”고까지 한다. 지난 7∼8일 양일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환구극장에서 세 차례 공연된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 안중근(1879∼1910) 의사 순국 105주기와 안중근기념관 개관 1주년을 맞아 하얼빈시 초청으로 이뤄진 이 공연의 주인공, 배우 강태을(35·사진)을 8일 저녁 극장 VIP룸에서 만났다. 환구극장은 하얼빈시 최대 규모(총 1600석)로, 매회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 배우는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다.

2009년 초연된 국내 대형 창작뮤지컬 ‘영웅’은 201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106년 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저격한 땅에서 드디어 올려진 무대. 이 또한 역사로 남을 터. 그는 독도에서 평화 노래 ‘그날에’를 발표한 가수 이승철처럼 일본 입국이 거부돼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무대 위 안중근이 떠올랐다. 재판정에 서서 이토의 죄목 15가지를 조목조목 따져 물은 후 “누가 죄인인가!”라고 외치던 모습과 겹쳐진다. 2000년대 중반 일본 극단 시키(四界)에서 활동한 강태을은 적지 않은 일본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일본 팬에게는 불편한 내용일 수 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고, 종종 감상도 보내주셔서 더욱 자극이 됩니다.”

조용하게 응원하는 일본인들과 달리 하얼빈 시민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여줬다. 중국에서 뮤지컬은 아직 낯선 장르. 아이들은 떠들었고, 어른들은 공연 중에 통화를 했다. 화려한 군무(群舞)나 영상효과가 나오면 동영상과 사진 촬영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극 중 독립운동을 돕던 중국인 왕웨이가 “중국인은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며 죽어갈 땐 모두 숨을 죽였다. 안중근이 이토에게 일곱 발의 총탄을 쏜 후 “대한독립 만세”를 삼창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강 배우는 “공연을 하다 보면 에피소드가 생기기 마련인데, ‘영웅’은 다르다. 약간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작품”이라며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항일투사 11명과 단지동맹(斷指同盟)을 맺는 첫 장면. 강 배우에 따르면 안 의사가 “장부(丈夫)로서 ‘큰 뜻’을 품기 시작하는 때”다. 그는 “첫 장면이기 때문에, 공연 전체가 잘 풀리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안중근’에게도 ‘강태을’에게도 매우 중요한 순간. 하얼빈에서는 이 장면이 유난히 비장해 보였다. 첫 무대에 오르기 전인 7일 오전 안중근기념관을 방문한 효과일까. “울컥했어요. ‘아, 내가 정말로 그분이 거사를 치르신 곳에 왔구나. 이제 내가 그걸 재연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스쳐갔죠.”

실존 인물을 다루기에, 몰입 정도도 다른 극보다 ‘세다’. 사형 집행 전 어머니가 보낸 수의를 입을 때 가장 고통스럽다. 교도관이 손수 수의를 입혀주는 동안, 어머니의 노래가 애절하게 울려 퍼진다. 두려움을 떨치고 사형대 앞에 선 안중근이 ‘장부가(丈夫歌)’를 부른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본다.” 하얼빈 시민들의 눈가도 촉촉하게 적신 명장면이다.

중국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뮤지컬 ‘영웅’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8번째 한국 공연을 이어간다.

하얼빈=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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