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원자력협정 실태 1970년대 500억달러 투입
평화적 이용 체제 갖췄지만
현재 효율·생산성 형편없어

韓, 日모델 따르는건 ‘독배’


일본은 우라늄 농축 및 재활용(재처리)을 모두 금지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의 예외국가다. 한국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일본과의 형평성이다.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일본이 확보하고 있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받지 못하면 같은 동맹국으로서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그것이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이른바 ‘핵주권’을 보장받았는데 같은 동맹국으로서 한국은 왜 일본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까다롭게 여러 제약을 받아야 하는가의 의문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원자력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농축 ·재처리 문제를 한국과 일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철저하게 경제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도 다르고,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도 변화했는데 한 가지 잣대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미·일 원자력협정이 현재와 같은 내용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만해도 농축·재처리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달랐다.

일본은 1955년 미·일원자력협정을 맺은 뒤 1977년 도카이(東海)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재처리를 시작했고, 한동안 사안별로 미국의 동의를 받다가 1988년 원자력협정 개정에서 ‘포괄적 사전 동의제’를 도입해 제약을 완전히 풀었다. 배경은 이렇다.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이 원자력 기술개발을 한창 진행하던 1950~1960년대에는 국제적으로 재처리시설 보유를 장려하던 시기였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 500억 달러를 투입해 시설을 투자해 놓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농축 및 재처리를 하고 있었고 높은 수준의 핵물질을 생산하는 고속증식로도 있다. 완결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시스템을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000조 원가량이 투자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웬만한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일본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큰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이후다. 주권을 확보했는지 몰라도 1000조 원의 물량을 투입한 데 비해 효율성과 생산성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길을 선택할 경우 자칫 알고도 ‘독배’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정부소식통은 이를 빗대 “바다 속 폐류가 흐르는 데 점프해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일본이 확보한 농축권한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할 경우에만 중요한 의미를 갖지, 상업적으로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이 현재 갖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무용지물 상태가 되고 있다”면서 “52개 발전소에 1000조 원가량을 투입하고도 현재는 전력이 1㎾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국의 경우 아직 고준위 폐기장 건설에도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핵 폐기물을 재처리할지 영구저장할지 어떤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모델이 좋다고 따라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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