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核주권론 오해와 진실核원천기술 대부분 美특허
美서 불허땐 사용도 못해

‘核주권 = 核무장’ 인식 우려
非핵확산원칙속 이익 챙겨야

농축·재처리 금지 명시 않고
‘미래 핵연료 수급’차원 접근


한미원자력협정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10일 전해지면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여부를 둘러싼 ‘핵 주권’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질 전망이다. 논쟁의 전선은 농축·재처리 주권의 명분론과 비핵확산 원칙 속 실리확보론 간에 형성돼 있다.

1974년 개정된 현행 원자력협정이 한국의 주권마저 제약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되찾아야 한다는 ‘핵주권 확보론’은 국민 정서를 바탕으로 외형상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함정이 없는 게 아니다. 국제사회 기류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강력한 비핵확산 의지를 감안할 때 핵주권만 고집하다 자칫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비확산 원칙 속에서 실리를 최대한 챙기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실리확보론’도 만만치 않다.

농축·재처리 허용 여부로 협상 성패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한·미 양국에 호혜적인 쌍방향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윈·윈’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배경이다. 특히 핵을 ‘미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때 새로운 첨단 핵 개발 관련 사항은 속성상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의 핵주권을 제약하는 게 아니라 역(逆)의 경우도 성립한다는 점에서다. 실리확보론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현실론이기도 하다.

◇핵주권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물론 ‘핵주권론’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거부하기 힘든 명확한 명분도 있다. 현행 협정에서는 농축 권한 자체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더라도 일단 권한을 확보하자는 것으로, 농축·재처리 권한은 일종의 주권사항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주권’과도 직결돼 있다. 전행(농축)·후행(재처리) 핵연료 주기를 완전히 확보해야만 ‘에너지 전쟁’ 시대에 안정적인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는 산업논리도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의 농축·재처리 능력을 획득하거나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반입하는 방식으로 핵우산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넓게는 ‘핵주권론’에 속한다.

하지만 농축·재처리 허용 여부를 단순하게 주권 사항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축·재처리=주권사항’이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핵무장’과 동의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어설픈 ‘핵주권론’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가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무역국가 한국의 위상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라는 우려다. 북핵과 패키지로 묶여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식할 수 없는 데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핵 개발을 시도했던 전력까지 더해지면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농축·재처리는 더 이상 원자력의 자립과 활성화를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다”면서 “농축·재처리를 도입하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확산 추세를 거슬러야 하는데, 한국은 그럴 비용을 치를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실리론 관철이 관건= 이 때문에 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은 명분을 지키되, 실리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게 학계·원전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원자력 연구·개발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원전업계의 실질적 발전과 해외 수출에 윤활유가 될 수 있는 협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원전 폐기물 처리에서도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방식을 도입, 환경 문제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또 한·미가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과 관련, 10년간 공동연구하기로 한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활용)’에 대한 연구권한 확보가 실질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확보한 개발 성과는 역으로 미국에 제약을 가하는 상호동의 식의 쌍방관계가 가능한 지점이다.

장문희 원자력학회장은 최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원천기술의 경우 준 사람이 받은 사람에게 조건을 걸 수 있다는 게 주권의 개념”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핵주권을 놓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봉근 부장은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통제, 또는 후원하는 관계에서 탈피해 호혜적 국익을 추구하는 원자력·비확산 파트너십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는 농축·재처리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미국의 ‘골드 스탠더드’를 협정문에서 배제하고, 현행과 같이 사전동의를 의미하는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식으로 향후 가능성을 열어놓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접적인 농축 권한 확보 대신에 향후 시장 변동에 따른 핵연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장하는 내용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국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리확보론’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농축·재처리 허용 여부를 이분법적 주권문제로 볼 게 아니라 상호동의적이면서도 쌍방형의 형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지라든지 일방적 통제라든지 하는 식이 아닌 창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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