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보다 ‘재활용’ 권한 절실… “핵무기 전용 없다” 설득해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에서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권한 확보다. 핵연료 농축시장 포화상황에서 농축에 사활을 거는 것보다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라는 판단에서다. 11일 현재까지 한·미 협상 진행 결과, 일본 수준으로 ‘포괄적 사전동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연구·개발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미래형 약속’인 셈이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미 간에 진행 중인 재활용 공동연구 결과를 협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확약을 받아내 연구·개발성과를 이어가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일이다. 미국과 막판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대목으로 전해졌다.
연구·개발 분야의 자율권 보장은 재활용 주권확보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자력발전소와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세계 5대 원자력 국가 가운데 핵연료 재활용을 못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전 원자력협정에서는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를 건드리기만 해도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핵확산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도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다.
특히 재활용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1973년 발효된 현행 협정에는 ‘특수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연료 성분의 형태나 내용을 변형할 경우 양 당사자(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해 양 당사자가 수락한 시설 내에서 동 재처리 또는 변형한다’(제8조 C항)는 규정이 문제가 됐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하는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 조항이 한국의 독자적인 재활용 권한을 제한한다는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 세계가 골치를 앓고 있는 핵 폐기물 처리 방식과 관련, 한·미는 파이로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쓰면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반복과정을 통해 핵폐기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으면서도 핵무기 전용 우려가 낮은 기술로 평가된다. 가장 큰 특징은 플루토늄이 순수한 형태가 아니라 다른 초우라늄 원소 등과 섞여 검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순도가 떨어져 핵무기를 만들 순 없지만, 차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소듐냉각고속로(SFR)의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사용 후 핵연료 양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핵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방사선과 열을 내는 물질을 줄여 사용 후 핵연료의 독성이 줄어들면 폐기물 양이 줄어들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건식 처리 기술이 확보되는 시점에서 한꺼번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기술을 사용하면서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파이로프로세싱의 10단계 과정 중에서 앞부분 5단계까지만 성공해도 처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10년 공동연구를 통해 핵무기 전용 우려를 없애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협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확약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협상에서 미국 측은 “공동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에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시설이나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협정에 문장으로 넣어야 한다는 충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투명한 핵물질 관리도 중요하다. 한 전문가는 “중요한 핵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가서 얼마나 나오고, 중간에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는 것, 즉 전용되지 않았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 쌓인 사용 후 핵연료는 1만t에 달한다. 매년 7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며 국내 일부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는 2016년 포화가 시작된다. 만약 41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해 나갈 경우 2100년 사용 후 핵연료는 10만t에 이른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와 관련 원자력법은 2016년까지는 발전소 내에서 저장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구 처분장 역시 공론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에서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권한 확보다. 핵연료 농축시장 포화상황에서 농축에 사활을 거는 것보다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라는 판단에서다. 11일 현재까지 한·미 협상 진행 결과, 일본 수준으로 ‘포괄적 사전동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연구·개발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미래형 약속’인 셈이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미 간에 진행 중인 재활용 공동연구 결과를 협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확약을 받아내 연구·개발성과를 이어가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일이다. 미국과 막판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대목으로 전해졌다.
연구·개발 분야의 자율권 보장은 재활용 주권확보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자력발전소와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세계 5대 원자력 국가 가운데 핵연료 재활용을 못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전 원자력협정에서는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를 건드리기만 해도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핵확산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도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다.
특히 재활용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를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1973년 발효된 현행 협정에는 ‘특수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연료 성분의 형태나 내용을 변형할 경우 양 당사자(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해 양 당사자가 수락한 시설 내에서 동 재처리 또는 변형한다’(제8조 C항)는 규정이 문제가 됐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하는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 조항이 한국의 독자적인 재활용 권한을 제한한다는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 세계가 골치를 앓고 있는 핵 폐기물 처리 방식과 관련, 한·미는 파이로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쓰면서 폐기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반복과정을 통해 핵폐기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으면서도 핵무기 전용 우려가 낮은 기술로 평가된다. 가장 큰 특징은 플루토늄이 순수한 형태가 아니라 다른 초우라늄 원소 등과 섞여 검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순도가 떨어져 핵무기를 만들 순 없지만, 차세대 원자로로 불리는 소듐냉각고속로(SFR)의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사용 후 핵연료 양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핵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방사선과 열을 내는 물질을 줄여 사용 후 핵연료의 독성이 줄어들면 폐기물 양이 줄어들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건식 처리 기술이 확보되는 시점에서 한꺼번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기술을 사용하면서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파이로프로세싱의 10단계 과정 중에서 앞부분 5단계까지만 성공해도 처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10년 공동연구를 통해 핵무기 전용 우려를 없애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협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확약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협상에서 미국 측은 “공동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에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시설이나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협정에 문장으로 넣어야 한다는 충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투명한 핵물질 관리도 중요하다. 한 전문가는 “중요한 핵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가서 얼마나 나오고, 중간에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는 것, 즉 전용되지 않았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 쌓인 사용 후 핵연료는 1만t에 달한다. 매년 7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며 국내 일부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는 2016년 포화가 시작된다. 만약 41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해 나갈 경우 2100년 사용 후 핵연료는 10만t에 이른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와 관련 원자력법은 2016년까지는 발전소 내에서 저장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구 처분장 역시 공론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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