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빚, 고통의 시작입니다.’ 대출 광고 말미에 붙은 경고문이다. 빚에 의존한 위태로운 삶이 어디 개인뿐이겠는가. 나라가 빚에 허덕이고, 국민을 부양할 돈이 없으면 정말 파국이다.
세계사의 초반만 훑어봐도 국가 부도는 인류 역사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다시 말하면 법칙성을 가진 경제현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납세 의무를 졌지만 직접세를 면제받았다. 정복전쟁을 벌여 약자의 땅에서 뜯어낸 공물로 재정을 채웠다. 그게 넉넉해질수록 위정자는 시민들에게 더 크게 선심을 썼는데, 강탈의 경제가 지속될 리 만무했다. 이미 약속한 복지를 도로 빼앗을 수 없어 새로운 정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황금기라는 페리클레스 시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패배와 함께 막을 내린 이유다. 그 경제국가가 몰락한 길을 로마도 되밟았다.
고전경제학에서도 부정적이었던 국가의 부채차입이 공식적인 재정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미국이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다. 민간 수요가 부족하면 국가가 빚을 얻어서라도 공급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을 따랐다. 유럽까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경기부양과 복지 확충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그 빚은 공공부문의 확대에 따라 더욱 늘어났고, 빚을 또 다른 빚으로 갚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그러다 신용등급 하락-금리 인상-이자상환액 증가-소비·투자 저하-경기 악화 -세수 부족-부채 상환 불능(국가부도)에 이르는 일이 대륙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불과 6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던 일이고, 현재도 그리스를 포함해 다수 국가가 처해 있는 위기다.
스위스의 경제학자 발터 비트만은 ‘국가부도’(2010년)에서 “경제의 역동성이 약화돼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면 국가는 부채 차입을 가속화한다”고 했다. “유권자 다수가 복지성 지출을 삭감하는 데 찬성할 리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결국 국가는 부채의 덫에 더 깊이 빠져들고, 대단원을 장식하는 것이 국가부도”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세입·세출을 마감한 결과 예산에 비해 10조9000억 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했다. 3년째다. 또 빚을 내서 메워야 한다. 올해 복지예산은 116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6조 원이 증가했다. 내년 초에도 부족한 세수를 빚으로 메울 게 뻔하다.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추산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총부채(정부·가계·기업 합산)는 4500조 원을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278%로 전년 대비 5.2%포인트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정부부채 비율이 45.7%에서 48%로 상승하며 총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360%에서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물론 우리의 정부부채 수준이 아직 괜찮다는 평가가 있고, 국가부도를 예고하는 절대 기준도 없다. 하지만 법칙성이 입증된 게 하나 있다. 나랏빚의 악순환 고리를 자르는 관건은 증세냐, 복지냐가 아니다. 경제 회생의 길이냐, 몰락의 길이냐이다.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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