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백인 남성 체포… 주차공간 시비끝 범행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40대 백인 남성이 이웃의 무슬림 학생 가족 3명을 처형하듯 총기로 살해해 미국의 무슬림 사회가 들끓고 있다. 경찰은 일단 주차분쟁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있지만 무슬림 ‘증오 범죄’라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어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힐 경찰은 “46세의 백인 남성 크레이그 스티븐 힉스가 무슬림 학생 가족 3명을 총으로 살해했다”며 “직접적인 동기는 주차공간 시비에 따른 다툼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희생자는 데아흐 샤디 바라카트(23)와 유소르 아부 살하(21) 부부, 아부 살하의 여동생 라잔 무함마드 아부 살하(19)로 모두 이슬람교 신자다. 세 명 모두 정확하게 머리에 총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자수한 힉스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사건은 10일 오후 5시쯤 발생했다. 이날 힉스는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인근 주택가에서 UNC 치과대 박사과정 학생인 바라카트와 주차구역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분쟁이 커지면서 힉스는 권총으로 세 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바라카트와 한 달 전 결혼한 유소르 아부 살하 역시 UNC 졸업생으로 올해 가을 치과대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동생인 무함마드 아부 살하도 UNC 재학생이다. 아부 살하 자매는 외출 시 항상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착용했었다.

무신론자인 힉스는 바라카트 가족에게 자주 적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사건 이틀 전 페이스북에 ‘왜 과격한 기독교인과 무슬림들은 이상론적 이슈를 놓고 서로 싸우는가’라는 문구가 적힌 무신론 단체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모욕적인 일은 내가 아닌 당신 종교가 시작했다”며 “당신 종교가 닥치고 가만있는다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글도 남겼다. 지난 1월 20일에는 38캘리버 리볼버 권총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아부 살하 자매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아부 살하는 “무슬림에 대한 분노가 발현한 증오범죄”라고 주장했다. 니하드 아와드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 사무국장은 “야만적 범행과 용의자의 반종교적 발언, 희생자의 무슬림 복장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점증하는 반무슬림 행보를 고려할 때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의 동기가 종교적 편견인지를 밝혀주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이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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