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역시 가족이죠.”

설날 책 특집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한 출판사 편집자의 말입니다. ‘가족’이라면 명절 특집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좀 진부하지만 ‘맞아. 그래도 명절엔 역시 가족이지’라며 서점에서 가족 책들을 죽 둘러봤습니다.

그러다 최광현(가족상담학) 한세대 상담대학원 주임교수의 ‘가족의 발견’(부키·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나온 책인데, 왜 그땐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발견’이라는 단어에 말 그대로 꽂혔습니다. ‘가족은 발견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책은 남편에게 화를 내야 마음이 안정되는 아내, 아버지의 심장 통증을 똑같이 겪고 있는 남성,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다 지쳐 거식증에 걸린 아들, 엄마를 괴롭힌 할아버지와 닮은 외모 때문에 엄마에게 속죄하듯 살아온 딸…. 가족 안에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고, 그 뒤에 자리한 무의식, 욕구, 감정들을 풀어냅니다.

가족은 존재의 출발이고 안식처지만 동시에 참 많은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안타깝게도 상처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기억은 지울 수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상처에 대한 기억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가 보다 상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늘 그 자리에 있어 돌아보지 못했던 가족과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보듬고 공감해,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발견’입니다. 변화가 빠른 한국사회에서 가족도 바쁘게 변해왔습니다. 문화 텍스트에 반영된 ‘가족의 변화’를 살펴보면 1996년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는 가부장적 권위의 붕괴를 드러냈고, 2003년 영화 ‘바람난 가족’은 가족 해체를 보여주더니, 곧바로 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2006)은 혈연 가족은 해체됐으니 이를 넘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유동적인 가족,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가족을 이야기합니다.

‘가족의 발견’은 이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무너지고, 해체되고, 상처입었지만 이젠 보듬어 서로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번 주 북리뷰에 소개한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도 결국 가족을 발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곧 설날입니다. 진부하다는 이유로 결국 가족은 특집 주제로 선택되지 못했습니다만, 가족을 ‘발견’해 보시죠.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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