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이완구(왼쪽 강연대에 서 있는 사람)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장 모습. 여야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동의안을 다룰 국회 본회의를 오는 16일 열기로 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이완구(왼쪽 강연대에 서 있는 사람)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장 모습. 여야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동의안을 다룰 국회 본회의를 오는 16일 열기로 했다.
(上) 정무직 검증절차의 그늘청문회 거치며 ‘만신창이’… 통과돼도 부처장악력 저하
장관 수준 인사검증 필요… 靑수석 제안도 고사 많아


중앙부처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무직 공무원직을 청와대로부터 제안받고서도 이를 거절하는 현상은 혹독한 여론검증에 대한 공포, 즉 ‘청문회 포비아(공포)’에서 기인한다. 정무직 공무원 기피 현상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잇따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지켜본 공직사회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언론 외압 논란이 증폭돼 ‘낙마’ 위기까지 몰리는 것을 지켜본 이후 더 얼어붙는 모습이다. 정무직 공무원 중에서도 장관직 제안을 받아도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인사 청문 대상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인사검증을 거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고위직 제안을 기피하는 풍조도 만연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 상당수가 청문회 통과 여부를 떠나 신상털기식 검증에서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입을 상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3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정무직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장관 후보군인 교수 사회까지 공직 기피 동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깨끗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인사청문회 취지와 달리 폭넓은 인재 등용의 걸림돌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나면서 능력과 소신 있는 인사들이 요직에 중용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능한 인사가 고사하는 바람에 예비 후보군에 들었던 후보가 장관이 된 경우가 적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각계의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출신이면서 현재 산하 단체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입각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A 씨는 일부 직원에게 아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병역을 피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장관 될 욕심으로 아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공직자는 “청문회에서 상처를 입고 정책능력을 밝힐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신창이가 돼 장관직에 오른다고 해도 부처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관 후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서울 한 대학의 S 교수도 미국 유학시절 태어난 자녀가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입각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한다. 외국 유학생활에서 자녀를 얻은 교수들 중 상당수가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와 병역기피 문제로 공직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위 공직 인재 풀에 있는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산형성, 병역, 학위논문 등에서 한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압축성장시대를 살아온 인사 가운데 현재의 높은 검증 잣대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물난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차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지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5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80%가량이 부동산 투기 문제에 걸렸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언론인터뷰에서 “당시 72명의 총리감을 스크린 해보니 겨우 한 분이 통과됐다”며 “좀 탄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도 인재들에게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는 데 있어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를 짚어보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주시길 바란다”고 인사청문회의 이원화를 주문했다.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로 흐르는 이유는 부실 검증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론 청문회가 여야 간 정치적 힘 싸움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야당의 정치 공세가 이어지면서 정작 전문성과 능력에 대한 논쟁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다른 ‘고무줄 잣대’도 문제였다. 김대중정부 때 첫 여성 총리 후보자였던 장상 총리서리는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결국 국회 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졌던 이명박정부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나 박근혜정부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모두 청문회를 통과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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