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선수들 플레이 성향 꿰차
게임과정 비디오 촬영편집도
이현준(36)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SK 프로농구단에서 은퇴하고 전력분석팀에 합류했다. SK 구단은 주장으로서 ‘따로 놀던’ 선수단의 소통과 화합을 이끈 진중한 성품을 높이 사 그를 특채했다. SK 전력분석팀은 고상준(44) 팀장과 한상민(34), 이현준 요원 등 모두 3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SK가 변화무쌍한 전술전략을 펼치면서 정규리그 1위를 노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현준의 주 업무는 ‘사인 훔치기’. 예를 들자면 동부와 모비스가 경기하는 체육관에 ‘잠입’, 양 팀의 공수 패턴을 분석한다. 이현준은 “A팀 감독이 손가락 두 개를 펼치는 신호를 보낸 뒤 일어난 전술 변화를 살피면 ‘신호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사인을 주고받는 건 TV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지 않기에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현준은 보통 하루에 1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다. 주요 선수들의 습관, 플레이 성향은 꿰차고 있다.
비디오 편집도 담당한다. 게임·훈련 과정을 촬영한 뒤 필요한 부분만 발췌, 편집해 시각 자료를 만든다. 이현준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자신이 출전한 게임을, 자신의 플레이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면 자신의 잘잘못을 단번에 깨우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팀에서 작성한 각종 데이터는 감독의 작전 수립에 밑거름이 된다. 감독의 눈이자 두뇌인 셈.
이현준은 “전력분석팀의 의견을 코칭스태프가 받아들여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선수들이 감독의 의중대로 움직여 승리를 거뒀을 때 버저비터보다 수백 배 더 큰 희열을 느낀다”며 “1경기를 치르기 위해 코칭스태프, 전력분석팀이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수십 가지 작전을 세우기에 게임은 종합예술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업무도 병행한다. 특히 비시즌엔 중·고·대학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옥석을 가린다. 학생 선수들의 경우 부상 여부, 장래성, 가정형편,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스크린한다. 그래서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프로 10개 구단의 연고지, 아마추어 경기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 이현준은 “선수 시절엔 내가 출전하는 경기만 봤지만, 지금은 다른 팀들끼리 다투는 게임을 지켜보기에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며 “돈(월급) 받고 수업을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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