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한 김동일이 묻자 서동수가 심호흡부터 했다. ‘그렇지, 내가 동성을 창립할 때의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낫겠다. 허심탄회하게 내가 리베이트 먹은 기법까지 다 털어놓자.’ 1시 반에 끝날 예정이었던 점심이 3시까지 늦춰졌다. 둘이 식당에서 나온 것은 의자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주석실 옆쪽 소파가 있는 주석용 휴게실로 옮아간 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창업(創業)은 개국(開國)의 축소판과 같다. 그러나 창업자의 임기는 무한대다. 죽거나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대주주의 권리를 행사한다. 이윽고 동성의 사업 분야와 자산 규모까지 설명을 마쳤을 때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장관께 사업을 맡기지요.”
“완벽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한 서동수가 김동일을 보았다.
“사업으로도 조국과 인민을 위해 얼마든지 봉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장관 덕분에 새 희망이 솟는 것 같습니다. 의욕이 일어납니다.”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정치를 마치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렇죠.”
갑자기 가슴이 멘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김동일이 돈이 부족해서 이러겠는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불안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상의할 상대가 등장한 셈이다. 아직 한낮이었지만 김동일이 술을 가져오라고 시키더니 서동수의 잔에 황금빛 코냑을 따라주었다.
“장관, 난 아직 배울 것이 많아요.”
김동일이 차분해진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동안 장관하고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불편해서…….”
“언제든지 부르시지요,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내가 고칠 것이 있습니까? 장관이 보시는 관점에서 기탄없이 말씀해주시지요.”
다시 서동수의 숨이 저절로 들이켜졌다. 믿는 상대에게는 김동일이 다 벗어던지고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은 주변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 서동수는 기탄없이 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설령 듣기가 거북하더라도 이런 자세라면 머릿속에 넣어둘 사람이다.
“TV 화면에 위원장께서 말씀하시는 장면만 나옵니다. 앞으로는 들으시는 장면을 늘리시지요.”
“아아.”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촬영기사 놈들이 아부꾼이어서 그렇습니다. 당장 지시하겠습니다.”
“옆에서 노인 장군들이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모두 적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분명히 위원장께서 시키신 것이 아닐 텐데요.”
“그것도 아부꾼들이 시작하니까 너도나도 따라서 한 것입니다. 당장 없애라고 하지요.”
“장군들이 모두 노인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것도 좀…….”
“아, 남조선은 모두 금연이지요? 그럴 만합니다. 까짓것, 카메라 앞에서는 참지요.”
“잘하셨습니다. 아니,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충신이라면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해야만 한다. 젊은 지도자의 버릇을 잘못 들인 것이 측근이다. 그때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께 부탁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우리 이렇게 둘이 있을 때는 형님, 동생 하고 그럽시다. 의형제를 맺자는 말씀입니다.”
서동수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대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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