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사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권영세 주중 대사의 후임으로 내정된 것으로 16일 알려지면서 한·미·중 3국 대사의 격(格)을 놓고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최근 들어 한국정부가 장관급의 정권 핵심 실세를 잇달아 중국대사로 보내는 반면, 미국에는 차관급의 직업외교관을 기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대사로 기용한 반면, 중국은 주 북한 대사의 급(차관)보다 낮은 외교부 국장급 인사를 한국에 보내왔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번 주중 대사 인사를 놓고서도 다양한 해석이 엇갈린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와 조야에 걱정거리를 더해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한·미·중이 저마다의 처지에 따라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기 위한 나름의 ‘대사정치학’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친박(박근혜) 핵심 인사였던 권 대사에 이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김 전 실장을 주중 대사로 기용한 것은 현 정부의 대중 중시 외교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공개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배치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김 전 실장은 ‘사드 적극론자’로 알려져 있어 이 대목에서 중국 설득의 역할이 주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을 감안하면서도 중국의 우려를 적극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다.
물론 김 전 실장의 기용을 놓고 우려가 없지는 않다. 중국 외교부의 국장급인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와 비교해 주중 대사의 ‘격’이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은 부담이다. 중국은 북한 대사에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을 보내면서 한국에는 이보다 직급이 낮은 국장·부국장급을 임명해 왔다. 장신썬 (張森) 전 주한 대사가 첫 국장급 인사였다. 중국의 경우 북한을 전략적 부담으로 여기는 경향이 가속화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외교적 예우를 통해 대북 지렛대를 놓지 않으려는 실리적 계산법으로 풀이된다. 외교부의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위급 인사가 주중 한국대사로 부임했을 경우 현실적으로 중국 외교부의 부장조리(차관보) 급과 상대해야 하는 등 격과 급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외교 안보 분야 식견을 갖춘 인사가 안보문제와 관련한 오해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인사의 잇따른 주중 대사 기용은 정부가 주미 대사에 주로 차관급 인사(이태식·최영진 전 대사 및 안호영 대사)를 기용한 것과도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 동맹국인 한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사로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대사를 보냈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아시아 외교 중시정책을 보여주려는 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