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 습기와 열기가 서로 얽혀 안개도 몸이 무겁고 작은 종기·부종 위험
지나치게 쌀쌀한 가을 차가운 기후에 감기 등 주의해야 건조한 날씨에 피부병도 조심을
큰 추위 예상되는 겨울 습기 많아 서리 쌓이고 물은 꽁꽁 햇볕 부족해 독감·관절통 등 우려
서기로 2015년은 간지(干支)로 표현하여 을미(乙未)년으로 양띠의 해. 12지지(地支)로는 미(未)에 해당한다. 未(미)는 갑골문으로 나무(木)에 나뭇가지와 잎이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 중국의 가장 오래된 자서(字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미는 맛(味)과 상통한다고 했다. 1년으로 보면 음력 6월에 해당하는데, 6월은 나무에 지엽이 무성한 때로, 풋과실에 맛이 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하루로 보면 오후 2시쯤인 미시(未時)로, 미래의 시간인 후천(後天)에 해당한다. 미래는 말 그대로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언젠가는 온다는 의미로 새겨보면 ‘바로 미(未)의 때에 온다(來)’고도 풀이한다. 을미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고전연구가 최정준 박사가 전하는 을미년의 처신법과 운기론(運氣論)이다.
乙未의 처신법
을미년은 10천간(天干)으로 을(乙)에 해당한다. 을은 하늘에서 새가 나는 모습이나 땅에서는 봄에 초목이 땅을 뚫고 나오기가 어려워 구부려 나오는 모습으로 보며 물이 흘러가는 모습으로도 보았다. 주역학자 최정준 박사는 을미(乙未)의 한자 속에 올해 취해야 할 처신법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최 박사는 “갑(甲)이 가고 을(乙)이 왔다”며 “흔히들 갑을(甲乙)관계를 말하는데 갑(甲)은 딱딱한 나무이고 을(乙)은 부드러운 나무다. 을미년은 겸손과 순리로 넘겨야 하는 해다”고 설명했다.
노자(老子)는 초목은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草木之生也柔脆) 죽으면 마르고 딱딱해지니(其死也枯槁),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堅强者死之徒)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柔弱者生之徒)라고 했다. 즉, 너무 갑(甲)의 입장만 고수하면 죽음을 자초한다는 뜻. 최 박사는 “을년을 맞이해 부드럽고 겸손하게 미래를 바라보며 처신하는 것이 사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주역 설괘전(주역을 해석한 십익(十翼)의 내용 중 괘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이론)에서는 태(兌)괘를 양이라 하였는데 태는 ‘서방’으로 서양(西羊)으로 보기도 한다. 성질로는 외유내강(外柔內强)의 상이다.
미(未)는 양인데 양(羊)은 겉으로는 유순한 것 같지만 힘도 세고 고집이 세서 가기 싫은 것을 억지로 끌면 끌려오지 않는다. 무리 군(群)자의 군(君)과 양(羊)이 말해주듯 양은 그 무리의 대장(君)에 해당하는 한 놈만 잘 이끌면 모두 따라온다. 이것은 현대 군중(群衆)심리이기도 하다. 만일 리더라면, 그 속성을 잘 파악해 한 해를 순리대로 이끄는 순수견양(順手牽羊)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또, 을(乙)은 풀이고, 미(未)는 흙. 풀이 흙을 뚫고 나오는데 둔괘(屯卦)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을은 유약하지만 유연한 민초(民草)를 상징하고 미에 찾아오는 것이 미래(未來)이니 을미년은 어느 해보다 민의(民意)를 거스르지 말고 존중하며 민생(民生)에 역점을 두고 어려움을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해가 되어야 할 터다.
乙未의 운기론
운기론(運氣論)은 천지(天地)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기후질서와 그에 따른 다양한 생태계의 양상과 인간의 병리현상 등을 10천간(天干)의 오운(五運)과 12지지(地支)의 육기(六氣)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이론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서) 7편에 운기에 관한 이론이 들어 있다.
초지기(初之氣·양력 1월 20일(대한)∼3월 20일(춘분))는 봄철이다. 바람이 많이 분다. 주기와 객기가 모두 풍목(風木)인데다가 운(運)까지 금운불급(金運不及)이어서 풍목(風木)의 기운이 가세하면 초목이 꽃피는 시기가 빨라진다. 풍목의 기운이 사천지기인 태음습토의 기운과 서로 부딪힐 때 봄비가 내린다. 근육통, 관절통의 경우 통증이 심해지고 몸이 무거워지기 쉬우니 적당한 근력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 이지기(二之氣·3월 21일(춘분)∼5월 20일(소만))에는 따뜻한 기후가 펼쳐진다. 초목의 생화작용도 활발하며 산불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화평한 기운을 체감한다. 화기에 습기가 가열되면 때때로 비가 온다. 광범위하게 퍼지는 돌림병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삼지기(三之氣·5월 21일(소만)∼7월 22일(대서))에는 주기인 소양상화에 사천지기(司天之氣)인 객기 태음습토가 가해져 습기는 하강하고 찬 기후는 상승하니 비가 내릴 경우 한기(寒氣)를 수반한다. 이런 춥고 습한 기후가 몸에 들어오면 몸이 무겁고 종양 등의 피부병이나 중초에 해당하는 가슴과 배 부위에 그득한 느낌이 있다.
사지기(四之氣·7월 23일(대서)∼9월 22일(추분))는 주기인 태음습토에 소양상화가 임하니 푹푹 찐다. 재천지기(在泉之氣)인 찬 기후가 오르고 사천지기인 태음습토가 막히면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분다. 푹푹 찌는 습기와 상화(相火)의 열기가 서로 얽혀 초목에 안개가 맺힌다. 습토의 기후가 제대로 유행하지 못하는 경우는 흰 이슬과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채로 가을을 맞이한다. 피부발열, 출혈, 가슴과 배에 열이 차고, 작은 종기가 생기거나 심하면 부종이 생긴다.
오지기(五之氣·9월 23일(추분)∼11월 22일(소설))에는 주기인 가을철 싸늘한 기후에 객기인 건조한 기후가 가세하며 찬 이슬이 내리는데 서리가 일찍 내리고 초목의 잎도 누런 채 떨어진다. 차가운 기후가 몸을 파고드니 감기를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쌀쌀하고 건조한 날씨로 인한 피부병을 주의해야 한다. 종지기(終之氣·11월 23일(소설)∼2016년 1월 19일(대한))에는 주기인 태양한수에 객기도 태양한수가 겹쳐 큰 추위가 일어나고 습기가 크게 찾아오면 서리가 쌓이고 엉기며 물은 꽁꽁 언다. 따스한 햇볕을 쐬지 못해 추위가 몸에 들어오면 독감, 관절통, 요추통이 생긴다. 찬 기후와 습한 기후가 맺혀서 생기는 병들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도움말 = 최정준 동방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1년의 육기(六氣)
1년 동안의 기후는 주기(主氣)와 객기(客氣) 두 종류로 구분한다. 주기는 변함없이 찾아오는 기후의 패턴이다. 객기는 해마다 달라지는데, 같은 여름이라도 매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운기론에 따르면 기후는 이 둘의 상호작용이다. 우리나라의 주기는 해마다 동일하게 6등분해, 궐음풍목(厥陰風木), 소음군화(少陰君火), 소양상화(少陽相火), 태음습토(太陰濕土), 양명조금(陽明燥金), 태양한수(太陽寒水)의 순. 여기에, 을미년의 객기가 영향을 미쳐, 올해는 태음습토와 태양한수가 기후를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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