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및 임명동의 과정을 힘겹게 통과한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가 17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반쪽 총리, 흠투성이 총리, 부적격 총리, 가까스로 총리 등의 별명을 얻었다. 16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참가 의원 281명 중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 등 찬성률 52.7%였다. 여소야대 시절의 이한동 전 총리를 제외하고 최저라는 불명예에다 여당에서도 7명 이상이 반대했다. 국민 여론도 ‘부적격’이 압도적이다. 충청과 호남 사이의 지역감정 유발이라는 망국적 정치 행태까지 불거졌다. 현역 의원이 아니었다면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총리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총리에 임명됐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의 제43대 국무총리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 역시 흔쾌히 승복하고 총리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반쪽 총리로 시작했으나 책임총리로 직무를 수행하고, 온전한 총리로 퇴임하길 바란다”면서 “비판할 건 비판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이 총리도 일성으로 “국민 뜻을 잘 받들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완할 수 있는 직언·소통·책임총리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직(職)부터 내려놓고 국정쇄신과 박정부의 성공을 위해 배수진(背水陣)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내년 4월 13일 총선이 실시되고, 출마 희망자는 선거일 전 90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의원직에 연연한다면 이 총리가 일 할 수 있는 시간은 올 연말까지 10개월 남짓이다. 이 문제부터 명쾌히 해결되지 않으면 힘있는 총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대통령중심제의 삼권분립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잖아도 이번 내각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총리와 두 부총리에다 다수의 장관까지 의원이다. 이들의 총선 출마를 고려하면 행정부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급전직하해 국정 동력의 상실을 걱정할 지경이 됐다. 이 총리가 솔선수범의 자세로 의원직을 던진다면 국민 신뢰를 다소나마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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