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무석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한국세법학회장

소득세의 기부금 공제에 기존의 소득공제 대신에 세액공제를 적용하여 경제 여건상 가뜩이나 어려운 개인으로부터의 기부금 모금이 더욱 곤란해진다고 기부금 단체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아직 지난해분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나지 않았으니 정확한 통계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기부금 공제를 받아 환급을 기대하던 많은 기부자에게 실망을 준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먼저, 기부는 인심의 바로미터인데, ‘인심은 쌀독에서 난다’고 했다. 더해 ‘환난상휼(患難相恤)’이 주요 덕목이었음에도 제주 김만덕과 경주 최부자의 휼양(恤養) 사례들이 현창되는 것을 보면 부자는 많아도 자발적 기부는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역대 정부도 정부 기능을 대신하는 민간의 자발적 기부 기능을 발견하고 비교적 기부 친화적 조세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기부에는 세제(稅制) 지원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에 양자의 상관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손에 꼽히는 기억은 국가에 대한 기부라고 할 수 있는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다. 이 운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앞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여서 세제상 우대조치와는 애초부터 상관없었다. 이와 달리 정치자금에 대한 기부만큼은 정치 선진화라는 국민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 기부를 체질화하기 위해 일정 금액은 전액 세액공제해 줬다. 이러한 특별 사례들을 제외하곤 개인의 기부금에는 소득세법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세제상 소득공제가 인정돼왔고 공제 한도도 순차적으로 늘어남으로써 개인들은 이러한 제도의 틀 안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의 핵심 개정 사항 중 주요 소득공제 항목인 기부금 항목을 세액공제 항목으로 편입함으로 인해 공제받은 세액이 대폭 줄어들게 돼 기부자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부자들을 실망하게 한 세법 개정의 프로세스에서 고려되지 못하고 누락된 과정을 짚어 보자. 소득세법에서 소득공제 항목 대신 세액공제 방식을 택해 세수를 늘린 것은 예정된 국가 재정의 쓰임새에 비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부금 공제를 실액의 소득공제 대신 일종의 개산(槪算) 공제인 세액공제 대상으로 편입하느냐는 정책 당국의 선택 범위 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세 감면 축소 목표액을 정하고 그 축소에 유리한 세액공제 항목으로 바꿔 적용한다는 수치적인 고려에만 치중하고 세수의 미세 조정을 함에 있어 세심한 정책의 배려가 병행돼야 하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기부세제에서 우선할 최선의 정책적 배려는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와 기부 정서의 정착과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부 문화의 정착은 작은 손내밂이라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기부가 손쉬운 환경 조성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적선(積善)의 단계를 넘어서는 기부를 장려하자면 기부가 ‘공동체의 선(善)’ 또는 ‘사회지도층의 의무’라는 정서적 보상만으로는 쉽지 않음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경제가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고 소득 대비 소비가 대폭 위축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고려하면 쌀독에 쌀이 그대로 있어도 남을 위한 손내밂 인심이 예전과 같을 리 없다. 오늘의 사정을 고려하면 남을 위한 기부 증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위축된 기부심리를 펴 줘서 기부하기 쉬운 세상을 만들어줄 세제상 특단의 조정 조치가 필요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