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으는 자동차’의 첫걸음 =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극단 ‘날으는 자동차’ 사무실에서 만난 우승주 대표는 “전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대에 서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등 연령대별로 다양한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으는 자동차는 지난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우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거창한 사회적 목적보다는 어린이에게 즐겁고, 신나는 하루를 선물하자는 생각으로 극단을 만들었다.
날으는 자동차의 단가인 ‘날자송’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어,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내 꿈을 향해 노력할 거야’ 등 힘찬 내용을 담고 있다. 창단 10년째가 되니 당시 이 단가를 부르던 어린이 단원들이 청소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 이 친구들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극단이 꾸려졌다.
사실 날으는 자동차가 문을 연 후 5년 동안 극단은 근근이 버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서울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기업 운영 목표가 명확해졌다.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업으로서 수익구조를 탄탄히 해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우 대표는 “2010년 이전에는 그냥 극단이었지만 사회적기업이 되고부터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사회적 목표를 세우다 = 초등학생에게 환경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백살 모기 소송 사건’이라는 뮤지컬을 창작했다. 원래 마흔밖에 살지 못하는 모기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백 년을 살면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내용으로, 아이들 스스로 뮤지컬을 공연하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청소년 극단은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날으는 자동차의 극작가가 청소년과 직접 인터뷰를 해서 극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 현재 청소년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이를 극 안에 오롯이 녹여냈다. ‘일진’ 밴드와 ‘찐따’ 밴드가 학내에서 반목을 거듭하다가 나중에는 앙금을 풀고 함께 학교 대항 밴드 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야기는 청소년 극단의 대표적인 뮤지컬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대학생 극단은 취업난과 다이어트를 다루고, 직장인 극단은 월급으로 부리는 사치이자 필요한 물건인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냈다.
우 대표는 “삶이 예술이 되는 생활을 위해, 각 계층별로 갖고 있는 고민과 관심사를 다룬 작품을 공연한다”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참여자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동시에 아마추어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기의 수준도 높다.
날으는 자동차는 총 12개의 극단에서 180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15만∼20만 원 정도의 수업료를 내고 참여하는 학생이 대다수지만 형편이 안 되는 취약계층은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극단 활동을 할 수 있다.
우 대표는 “적잖은 취약계층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이곳에 와서 같은 또래들, 선생님과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면서 서로 어울리고, 칭찬을 듣다 보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공연 준비 과정 자체가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수백 명의 관객이 있는 무대에 서게 되면 마침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날으는 자동차는 조부모·편부모 슬하나 보육원에서 성장한 아이들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적극 발굴해, 이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사회 속으로 = 날으는 자동차는 지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마을연극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흘 동안 지역을 관통하는 성북천에서 장수마을 등 성북구 곳곳에 담긴 스토리를 극으로 풀어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무료 공연인 만큼 단원들은 많은 주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올해 역시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 마을연극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2005년 29명의 어린이 단원으로 시작한 날으는 자동차는 서울 동소문동 본원과 경기 성남 분당·고양 일산에 분원을 두고 다양한 연령대의 단원을 갖고 있는 대형 극단이 됐다.
우 대표는 “평범한 사람들이 예술을 하게 되면 본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라보게 되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며 “매일매일이 축제가 되고 즐거운 놀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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