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편성 前 선보이는 실험적 프로그램온가족 TV 앞에 모이는 시기
명절후 시청률 향후 편성 좌우
‘아빠를…’ 13% 최고 시청률


긴 명절 연휴가 끝나면 방송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명절에 편성했던 파일럿 프로그램(정규 편성 전 선보이는 실험적 프로그램)들의 순위와 평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향후 예능국을 이끌 프로그램을 발굴한 방송사는 웃고, 나머지는 운다.

명절을 앞두면 방송사 예능국은 바빠진다.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팀이 꾸려지고 아이템 회의를 거듭한다. 2013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KBS 2TV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정규 편성 후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듯 명절 연휴는 향후 예능국 농사를 책임질 프로그램을 시험대에 올리고 여론을 살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평상시 약속된 편성을 바꿔 신규 프로그램을 론칭하기 쉽지 않다”며 “명절 때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으로 인해 편성에 변화가 생겨 자연스럽게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다. 게다가 명절을 쇠기 위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신규 프로그램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 연휴에 지상파 3사가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은 총 9개. SBS와 KBS, MBC가 각각 4개, 3개, 2개를 론칭했다. 가장 크게 웃은 방송사는 SBS다. ‘아빠를 부탁해’(사진)가 전국 시청률 13.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영재발굴단’ 2부는 10.3%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거머쥐었다. 스타들의 사랑찾기를 그린 ‘썸남썸녀’는 시청률은 다소 부진했으나 화제성은 으뜸이었다.

MBC는 ‘미스터리쇼 복면가왕’이 선전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가수들이 가창력 대결을 벌이고, 패널들이 정체를 맞힌다는 콘셉트, 토너먼트식 승부가 KBS 2TV ‘불후의 명곡’, JTBC ‘히든싱어’를 합쳐놓은 듯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재미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빠를 부탁해’와 ‘미스터리쇼 복면가왕’은 일찌감치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KBS는 ‘2015 스타골든벨’ ‘왕좌의 게임’ ‘스타는 투잡 중’ 등 3개를 편성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연예인들에게 요가, 꽃꽂이 등을 배워본다는 설정은 새로웠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명절을 전후해 연예기획사 매니저들도 예능국 문턱을 자주 넘는다. 신규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들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한 연예기획사 실장은 “명절 직후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나 활약이 미진한 패널을 빼고 새 판을 짜기 때문에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시청자들에게 명절은 통상 휴일이지만, 방송가 사람들에게 명절은 새 프로그램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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